연중 13주일, 다해

제 1 독서 – 1열왕 19:16,19-21

   열왕기 상권은 예루살렘 안 모리아 산 위에 첫 번째로 성전을 건립했던 솔로몬 왕의 통치에서부터 왕국의 분열을 거쳐 (남)유다 왕국의 여호사팟 왕과 (북)이스라엘의 아하지야 왕의 제위기간까지 (기원전 971년 ~ 853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신학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고고학적 연구결과가 드러낸 바대로 역사적으로도 매우 정확하다.

   열왕기에 나오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신명기에 나오는 가르침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신명기의 근본적 가르침은 하느님이 오직 한 분이시듯 그분께 예배하기 위해 오직 하나의 적법한 성전이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같은 사제직과 전례의 중앙화는 신명기 12장에 처음으로 법 조문화되어 나타난다.

   열왕기에서 많은 왕들은 예루살렘의 성전에 충실하지 않고 이 성전에 대립하여 북쪽에 위치한 베텔과 단에 또 다른 산당들을 지음으로 해서 심판을 받는다. 더 나아가 그들은, 전 팔레스타인에 걸쳐 (하느님과의) 계약을 거역하여 바알신에게 희생제물을 봉헌하던 장소인 “산당들(high places)”을 막으려 하지 않아 그들의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     

   오늘의 독서는 북 왕국 이스라엘의 아합 왕 제위 기간 중에 살았던 예언자 엘리야에 관한 이야기이다. 엘리야 (그 이름은 “나의 하느님은 야훼이시다”라는 의미임)는 모든 주님의 예언자들이 그러했듯이 (당시의)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말한다. 바알신 숭배는 공공연한 것이 되었고, 엘리야는 아합 왕에게 가서 장차 닥칠3연간의 기근을 예고한다 (1열왕 17:1). 기근이 닥쳤을 때 엘리야는 도망쳐야만 했다. 3년이 지나고 엘리야는 아합 왕의 종 오바디야를 통해 아합왕과 대면하게 되고, 그를 설득해 바알의 예언자들과 겨루어 바알과 야훼님중 누가 비를 몰고 올 것인지를 두고 경합을 하게 된다. 이 시험은 카르멜 산에서 벌어지는데, 바알의 예언자들은 미신적인 춤과 황홀경으로 (바알에게) 호소한다. 주님께 향한 엘리야의 간청대로 결국 그의 희생제물은 번갯불에 의해 태워지고, 바다에서 몰려온 구름이 비를 뿌리게 된다 (1열왕 18:18-46).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으니, 아합 왕의 아내이자 이스라엘에서 가나안의 바알을 숭배하도록 뒷받침해왔던 이제벨의 미움으로 인해, 엘리야는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엘리야는 호렙 산 (시나이 산)으로 간다. 거기에서 야훼님은 당신을 드러내시는데, 지진도, 거대한 바람도, 혹은 번갯불 가운데서가 아닌,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타나신다. 그리고 하자엘에게 기름 부어 시리아의 왕으로 삼고 예후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울 것과 엘리사를 그(엘리야)의 후계자로 삼을 것을 명하신다 (1열왕 19:1-18).

16b 그리고 아벨 므홀라 출신 사팟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 19 엘리야는 그곳을 떠나 길을 가다가 사팟의 아들 엘리사를 만났다. 엘리사는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었는데, 열두 번째 겨릿소는 그 자신이 부리고 있었다.

겨릿소의 숫자는 그가 유복한 집안 출신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숫자는 이스라엘 지파들의 수이자, 통치의 완전함을 의미하는 수이다.

그때 엘리야가 엘리사 곁을 지나가면서 자기 겉옷을 그에게 걸쳐 주었다.

겉옷은 그 주인의 권리를 상징한다 (룻 3:9). 예언자들의 털 겉옷은 그들의 공식적인 복장의 일부였으므로 (2열왕 1:8; 즈카 13:4), 그것을 누군가에게 걸쳐 주는 모습은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부여하고 새로이 출발시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0 그러자 엘리사는 소를 그냥 두고 엘리야에게 달려와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에 선생님을 따라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엘리야가 말하였다. “다녀오너라.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하였다고 그러느냐?” 21 엘리사는 엘리야를 떠나 돌아가서 겨릿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고, 쟁기를 부수어 그것으로 고기를 구운 다음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하였다. 그런 다음 일어나 엘리야를 따라나서서 그의 시중을 들었다.

즉석에서 희생 제물로 이웃과 만찬을 나누며, 자신이 쓰던 연장을 부수는 것은, 엘리야의 제자로서 부여된 새로운 사명을 위해 이전의 삶과의 단절과 단념을 의미한다.  

제 2 독서 – 갈라 5: 1, 3-18

   우리는 지난 주일에, 우리가 세례를 받았을 때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고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모든 것의 상속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도 거짓 유다교사들을 향한 사도 바오로의 답을 계속해서 들어보자.

5:1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이 말은 이 편지가 담고 있는 교리적인 부분을 잘 요약하고 있다. 즉, 우리는 율법에서 일탈할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율법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그것의 물질적인 준수로부터의 자유를 가진다. 옛 계약 아래 있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종들 이라면, 새로운 계약아래 있는 이들은 하느님의 자녀인 셈이다 (로마 8:15).

“갈라티아 신자들이 이전에 율법을 지켜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아무 주저 없이 음력을 준수하고 할례를 받으며 희생제물을 바치는 등, 어떤 의미에서 우상숭배의 상태로 섬기던 그 종파로 회귀하고 있었기에, 그는 (사도 바오로는) ‘다시는’ 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성 예로니모 (386년)의 갈라티아서 주석]

13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육을 위하는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

만약 율법이 폐지된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를 속되고, 물질적이며, 미신적인 행위에 내어 맡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의 자유는 다른 이들을 위한 자유, 즉 사랑과 봉사의 자유이어야 한다.

14 사실 모든 율법은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하신 계명입니다.

레위 19:18을 보라. 여기에서 그리고 로마 13:8-10에서도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사랑을 언급하지 않는다. 레위서에서, 그 “이웃”은 이스라엘 동포이다; 사도 바오로는 “유다인과 그리스인 사이에 차별이 없습니다(로마 10:12)라고 말한다.

“옛 법문에 비추어 새 계명이 낯선 것이라면, 거룩한 사도로서 새로운 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는 두 계약 모두 주님에게서 비롯됨슴을 알려주고 싶어 하십니다. 같은 의도를 지닌 것들로서 그것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율법은 자신의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야말로 완전한 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은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씀하십니다.”[살라미스의 성 에피파니우스 (374-377), Panacea Against All Heresies 42,12,3]

15 그러나 여러분이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고 한다면, 서로가 파멸할 터이니 조심하십시오. 16 내 말은 이렇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행위를 인도하도록 한다. 자녀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원칙인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의 행위의 준거이기도 하다 (18절과 로마 8:14 참조).

17 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습니다. 이 둘은 서로 반대되기 때문에 여러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은 아직도 하느님을 거스르는 모든 것의 상징인 “육”을 거슬러 싸운다 (로마 7:15-23 참조). 성령은 원의이나 육은 연약함이다.

18 그러나 여러분이 성령의 인도를 받으면 율법 아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에 머무시는 성령의 영향 아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육”에 거슬러 맞서는 내적인 원칙을 가지며 더 이상, 율법의 외적인 규범으로써 단순히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모든 육체의 욕정을 없애기 위하여 성령과 함께 하는”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그것(욕정)들을 만족시키지 않기 위하여…”라고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것들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거스름 (struggle) 자체라기보다, 우리가 은총으로써 인내로이 승리할 경우, 그 거스름의 상(Prize)으로서 주어진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체가 더 이상 육정을 지니지 않는 하나의 불멸의 상태로 변화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히뽀의 성 아우구스티누스 (394년경), 갈라티아서 해설 47]    

복음 – 루카 9:51-62

   지난주 복음에서 우리는 베드로가 예수님이“하느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라고 하는 고백을 들었다. 그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도록 하시고, 장차 겪으실 그분의 수난과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은 날마다 그들의 십자가를 지니고 예수의 발자국을 따라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오늘은 이에 이어서 그 제자됨(discipleship)에 대해 더 배우게 된다.

   지난주의 복음독서와 오늘의 내용 사이에 (주님의) 변모사건이 일어났다. 주님은 우리의 삶을 변모시키시려 오신다. 그 새로운 삶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주님과 함께 움직이고 우리가 머물러 왔던 안전함으로부터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뒤돌아 볼 수는 없다. 우리 가운데 (어려서부터) 그리스도인 신앙 안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우리를 부르시는 소명의 그 급진적인 성격을 종종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개종을 경험했거나 그리스도를 간절히 부르는 사람들을 볼 필요가 있다.      

9:51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그는 마음을 굳히셨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그는 그의 갈 길을 정하셨다.”는 의미이다.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성취시키기 위한 예수님의 굽힘 없는 고집스럼이 드러난다. 예루살렘 도성은 하느님의 구원섭리 안에 옛계약과 새 계약 사이의 연속성을 상징한다.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을 향한 출애굽 (탈출, exodus)을 완성하실 것이며, 그곳으로부터 그리스도의 복음이 땅 끝까지 퍼질 것이다.    

52 그래서 당신에 앞서 심부름꾼들을 보내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모실 준비를 하려고 길을 떠나 사마리아인들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53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마리아인들은 유다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특히 유다인들이 거룩한 도성인 예루살렘으로 가기위해 자신들의 영역을 지나칠 때 더욱 그러했다. 반면 유다인들에게 사마리아인들은, 이단적이며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그릇되게 섬기는 분리주의자들로서, 이교인보다 오히려 더 혐오스럽게 여겨졌다. 즈카리야 시대에 성전이 재건될 때, 사마리아인들은 굴욕적이게도 추방되었으며, 사마리아인들이 게리짐 산위에 야훼를 위한 성전을 따로 지었을 때, (유다인과) 완전히 종교적으로 분리되었다.

54 야고보와 요한 제자가 그것을 보고,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 절의 표현은 2열왕 1:10, 12에서처럼 엘리야가 그의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어떻게 두 번씩이나 하늘의 불길을 내려오게 했는지를 연상케 한다.

55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

예수님은 원수에게 앙갚음하지 말라는 당신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하신다.

56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아마도 사마리아인들의 마을도 포함해서.

57 그들이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58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는 어떤 사람에게나 좋은 말로 속이려 하지 않으신다. 사실 그분이 원하시는 것은 완전한 추종이다.

59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라.”하고 이르셨다. 그러나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님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유다인의 믿음 안에서, 효성은 매우 진지했으며 특히 자신의 부모를 장사지낼 때 더욱 그러했다.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혹은 아프다거나) 암시는 없다. 그 사람은 자기 식대로 구원을 위한 여정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60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하고 말씀하셨다.

영적으로 죽은 이들이 육체적으로 죽은 이들을 장사 지내도록 맡겨 두어라.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제안하시고 계시다.

61 또 다른 사람이 “주님,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62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예수님은 제1독서에 나온 엘리야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신다. 하느님 나라를 위한 쟁기질은 희생을 수반한다. 그 일이 고달프지 않기 위해서 아무도 뒤돌아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