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8주일 - 다해

제 1 독서   코헬 1:2, 2:21-23

코헬렛(역주: 공동번역의 전도서)은 구약성경의 지혜서들 가운데 네 번째 책이다 (또 다른 지혜서들 중에는 욥기, 시편, 잠언, 그리고 코헬렛 뒤에 오는 아가 [솔로몬의 노래]와 집회서가 있다). 전도서(Ecclesiastes)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제목을 그리스어로 옮겨 놓은 것이다. 옛 성경들 중에도 코헬렛 (Qoheleth, 설교자를 의미함) 이라는 히브리어로 된 제목이 자주 등장하는데, 책의 서두에 “다윗의 아들로서 예루살렘의 임금인 코헬렛의 말이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코헬렛은 적절한 이름은 아니며, 이는 회중에서 연설하는 사람의 지위를 지칭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에클레시아스테스 (ecclesiastes, 설교자)는 현자들의 집회의 리더, 자격 있는 교사로서 보통 이해된다. 다윗의 아들로 칭하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저자가 쓴 성경에 신빙성을 보태기 위해 마치 어떤 유명한 인물에 의해 쓰여진 것처럼 하려는 당시의 일반적인 문학적 경향이다. 여기에서는 미지의 저자가 이스라엘의 현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던 사람의 보호막 아래 자신의 명상의 내용을 적어놓은 것이다. 코헬렛은 초막절에 읽혀지던 다섯 가지 히브리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나머지 네 경전은 아가, 룻기, 애가, 그리고 에스테르기). 코헬렛의 12장은 모두 같은 주제, 즉 인간적인 것의 쓸모 없음을 다루고 있으며 “허무중의 허무”로 기술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세의 삶이 인간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비관론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현세의 삶은 가치가 없으며 모든 것이 허무하다. 인간적인 모든 노력은 “바람을 좇는 것”과 같다. 물질적인 것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삶에 또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비관적인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상대적으로 행복하다. 따라서 삶을 즐기고 삶이 인간에게 주는 좋은 것들을 누리도록 하라. 그러나 인간은 삶의 끝을 기억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야 한다.

1:2 허무로다, 허무!

허무는 이 성경에서 35번이나 등장한다. 이는 말 그대로 “숨” 혹은 “증기”를 의미하며, 시편 (39:6-7; 94:11, 등)에서 일시적이고, 가치 없으며, 공허한 것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

코헬렛이 말한다.

코헬렛은 어떤 집회에 관계가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아마도 교사와 같은 특정한 위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2:21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가지고 애쓰고서는 애쓰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제 몫을 넘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허무요 커다란 불행이다. 22 그렇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23 그의 나날은 근심이요 그의 일은 걱정이며 밤에도 그의 마음은 쉴 줄을 모르니, 이 또한 허무이다.

코헬렛은 처음에는 자신의 노고의 열매에서 큰 즐거움을 얻었으나 (2:10), 지금은 이를 싫어할 이유를 찾는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어리석게 써버릴 상속인에게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18-19). 그는 이 노고에 수반되는 모든 슬픔과 노력 없이도 이런 것들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일은 고되고 소유한 재산들에 대한 장기간의 계획은 불가능하므로, 코헬렛은 결국 적당한 노고를 들여 얻은 적당한 열매를 통해 현재를 즐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불행히도 현재를 음미하고 누리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로, 모두가 이런 선물을 받는 것은 아니며, 이는 삶에 있어서 또 다른 허무인 것이다.

제 2 독서   콜로 3:1-5, 9-11

지난 주의 서간 독서에서 성 바오로는 세례 (그리스도의 할례) 가 새로운 계약에서 하느님 가족의 일원이 되는 의식의 시작임을 알려주었다. 오늘 우리는 성 바오로가 들려주는 그리스도인적인 삶을 사는 방법을 듣게 된다. 오늘 듣게 될 부분은 세례에 대한 초대 교회의 가르침으로 보인다.

3:1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저 위에 있는 것”과 “이 세상 것” 간의 대비는 특히 성 바오로가 앞 구절들에서 다루었던 유대의 법률 (식사법, 초하룻날에 관한 법 등) 을 다루는 시각에 비추어 이해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그리스도의 영광스런 현존에 대립되는 물질적인 종교행위이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

시편 110:1에서 나온 표현으로 그분의 왕권과 완전한 승리를 의미한다.

2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그 곳, 천국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고 명상하도록 합시다. 우리 것이 아닌 이 세상을 버리십시오. 우리가 초대된 곳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눈을 높이 들어 보십시오. 드러날 광채를 보게 될 것입니다.” [Aphraatees the Persian Sage (336-345년), 논문 6,1]

3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세례 때부터 계속되는 결정적인 변화 (물질적인 것으로부터의 분리). 죽음과 동시에 “땅에 숨겨지는” 육체와,   죄에 죽고 물질적인 것에서 결별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 숨겨지는” 육체가 있다.

4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

비록 주된 촛점이 현재 그리스도와의 부활에 맞추어져 있으나 미래의 부활에 대한 결정적인 언급으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그분이 뭐라고 계속해서 말씀하셨습니까?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의 생명, 여러분 자신이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은 괴로움의 시간이지만 그때는 기쁨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욕망을 추구하려 하지만 그때는 포용을 추구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바라는 것은 현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욕망 속에 주춤거리지 맙시다. 길고도 계속적인 욕망이 (오히려) 일상의 단련이 되도록 합시다. 약속을 한 사람은 속임수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오(약 385년 경), 설교 350A, 4]

5 그러므로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세례를 통해 우리는 세속적인 것들에 대해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이전의 삶의 형태와의 절대적인 결별이다. 바오로는 자기 중심적인 삶을 버리고 공동체의 일치에 초점을 맞추는 큰 변화를 요구한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 숭배입니다.

중간 구절 (오늘 듣지 않는다)은 여러 악습을 다루고 있다. 첫 번째 다섯 가지 악습은 (5절의 일부로서 오늘 독서에 포함된) 대부분 순수함에 반대되는 죄들이다. 8절에서는 주로 분노 및 말로써 짓는 죄들인 또 다른 다섯 가지 악습에 대해 다룬다.

9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 버리고, 10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 새 인간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 지식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한 공동체적인 모습이다 (코린 1 15:45-47 참조). 이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포용하게 된다.

“외형적인 황금이나 몸에 장식할 것을 구하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그 창조주의 이미지에 맞게 자신을 꾸미도록 하십시오. 사도께서 ‘저 늙은 사람의 옷을 벗기고 새로운 것을 입혀라. 창조주의 이미지에 따라 완벽한 지식으로 갈아입어라.’고 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자비, 친절함, 겸손함, 인내, 그리고 온순함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내면에서 옷을 입고, 그 내면의 사람을 꾸민 것입니다.” [성 바실리오 (약 370년 경), 강론 17, 11]

11 여기에는 그리스인도 유다인도, 할례 받은 이도 할례 받지 않은 이도,

새로운 인성의 우두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인종이나 문화, 삶의 상태에서 오는 많은 사회적 장애물들은 힘을 잃고 만다.

야만인도,

여기에서 야만인은 그리스어를 모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스키티아인도,

“북쪽에서 온 야만인”과 같은 말이다.

종도, 자유인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런 차별을 없애 버리신다. 그리스도만이 진정 모든 것이다. 그분께서는 완전한 승리자이시며 모든 것의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1절).

복음   루카 12:13-21

지난 주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리스도교인의 고유한 기도인 “우리 아버지” (주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말을 못하는 이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셨고, 베엘제불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비난 받으셨으며, 여러 비유를 들어 가르치셨고, 바리사이들에 대한 여섯 가지의 재난을 선고하셨다. 이때 수천 명의 군중이 몰려들어 그분의 가르침을 듣게 된다. 오늘 듣게 되는 어리석은 부자에 대한 비유는 루가 복음에서만 다루어진다.

13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미쉬나 (Mishnah, 기원후 200년경에 수집된 성서의 초기 구래 번역으로 구성된 탈무드의 첫 부분을 의미)에는 랍비들에게 지침이 되는 유산 상속에 대한 구절이 나온다 (민수 27:1-11; 신명 21:15ff). 예수님께서는 돈을 놓고 벌어지는 가족간의 분쟁을 피하시는 대신, 소유가 사도들에게 미칠 수 있는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지적하고 계시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거짓 교사들을 구분하는 특징중의 하나는 그들이 탐욕스럽다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재산을 쌓음으로써 죽음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경고하신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이 비유에서 어리석은 부자가 얼마나 빈번하게 “내가” 혹은 “나의”를 사용하는지를 주목하라. 이 부자의 자기 중심적 사고는 하느님과 이웃을 잊어버리게 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소유하는 것은 적법하나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다른 것에 비해 절대적이 되면 그 자신뿐 아니라 사회에 궁극적으로 파멸을 가져오게 된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죄인의 죽음은 곧 심판의 시간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독자는 다음의 기본적 질문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우리는 왜 사는가?”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다음과 같다: “ 하느님을 인정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사람은 – 우리 인생은 그 자체로 불확실한 점에 비추어 – 죄를 잘 짓지 않는다. 미래에 대해 적당히 두려움을 느껴서 자신의 욕망대로 떠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앞으로 오랫동안 자신이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쾌락에 쉽게 자신을 맞기게 된다.” [성 아타나시우스 (320-360년경), Adversus Antigon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