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7주일, 다해

제 1 독서  하바 1,2-3, 2:2-4

예언자 하바쿡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 이름의 의미조차도 확실치 않다. 그의 저술로 미루어 일부 학자들은 그가 성전 성가대의 일원이었거나 그 지도자였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그의 저술은 카르크미스에서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느코가 네부카드네자르 왕에게 패한 기원전 605년에서부터 예루살렘이 (그에 의해) 포위되었던 기원전 597년 사이에 쓰여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하바쿡은  나훔 예언자보다 조금 뒤에 등장해서 예레미야 예언자와 같은 시대에 살았을 것이다.

오늘의 독서는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하바쿡은 자신의 책에서 하느님께 두 가지의 불평을 한 뒤 두 가지의 응답을 듣는다. 오늘 듣게 되는 내용은 바로 첫 번째 불평과 두 번째 응답이다. 첫 번째 불평은 정의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 불평은 계속되는 억압에 대한 것이다.

1:2 주님, 당신께서 듣지 않으시는데 제가 언제까지 살려 달라고 부르짖어야 합니까?

짓밟힌 자들의 고통. 하바쿡은 사악한 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주님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 가만히 계시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신께서 구해 주지 않으시는데 제가 언제까지 “폭력이다!” 하고 소리쳐야 합니까?

이는 하바쿡서의 핵심이 되는 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가 유린당하는 것을 가리킨다. 바로 그가 살던 시대의 혼란과 무정부상태를 특징짓는 것이다.

3 어찌하여 제가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제가 재난을 바라보아야 합니까? 제 앞에는 억압과 폭력뿐 이느니 시비요 생기느니 싸움뿐입니다.

이 사악함들은 이방인에 의한 억압에서 가장 잘 보여진다.

2:2 주님께서 나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환시를 기록하여라. 누구나 막힘없이 읽어 갈 수 있도록 판에다 분명하게 써라.”

주님의 말씀은 하바쿡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내용은 큰 글자로 씌여져 쉽게 읽히고 훗날 그 내용이 확인되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사 30:8).

3 지금 이 환시는 정해진 때를 기다린다. 끝을 향해 치닫는 이 환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늦어지는 듯하더라도 너는 기다려라. 그것은 오고야 만다, 지체하지 않는다.

환시의 완성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순간에 일어날 것이다 (이사 55:10-11).

4 보라, 뻔뻔스러운 자를. 그의 정신은 바르지 않다.

말 그대로, “보라, 그자 안의 목구멍 (영혼)이 똑바르지 (의롭지) 않고 부풀어 있구나.” 사악한 자의 목구멍은 욕심으로 부풀어 있으며, 이는 자만으로 감싸인 그의 영혼을 반영한다.

그러나 의인은 성실함으로 산다.

대조적으로, 의로운 자는 하느님을 믿고, 권력과 부를 쌓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다.

제 2 독서  2티모 1,6-8, 13-14

지난주에 티모테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 대한 공부를 마치면서 이제 그 둘째 서간을 시작하게 된다. 기억하듯이, 티모테오는 에페소 교회의 지도자 (주교)이다. 이 둘째 서간은 바오로가 67년에 순교하기 직전, 로마에 연금되어 있을 당시에 쓰여졌다. 따라서 이 서간은 바오로의 마지막 저술이 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예언하면서, 바오로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자에게 마지막으로 지침을 들려주고 격려하기 위해 이 서간을 적고 있다. 그는 티모테오에게 그가 전했던 복음 뿐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바오로를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복음은 구원과 은총, 그리고 빛을 가져오며, 바오로는 복음의 사자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6 그러한 까닭에 나는 그대에게 상기시킵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안수는 안수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간의 일치를 표현하는 오래된 동작이었다. 이는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어떤 이로움 또는 자격이나 역할 등을 전수하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었다.  신약에서 안수는 다양한 상황에서 언급되고 있다: 축복의 동작 (마태 19:15), 치유의 동작 (마르 6:5), 성령을 부여하는데 사용되는 의식 (사도 8:17), 그리고 교회의 직무를 수여하는 수단 (사도 6:6) 등이 그것들이다. 오늘 독서에서 사용되는 의미는 바로 이 마지막의 경우에 해당한다. 티모테오는 에페소의 주교이다. 여기에서 안수를 하는데 특별한 은총을 제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오로는 티모데오가 예전에 서품을 받을 때 새로움에 기뻐했던 것처럼, 믿음 안에 기뻐하면서 열성으로 자신의 영성을 가꿀 것을 강조하고 있다.” [The Ambrosiaster (366년에서 384년경), 티모데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 대한 주석]

7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로마 8:15 참조. 성령은 우리를 대담하게 만들어 주신다. 베드로를 보라. 그는 이전에 그리스도를 세 번이나 부인하였으며 문을 잠가 둔 채 숨어 있었지만, 오순절에는 (담대히) 설교하고 3,000명을 개종시켰다.

8 그러므로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티모데오가 전달하고자 하는 증언은 설교와 고난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고, 바오로도 그렇게 하였으며, 그도 (여러분도) 그렇게 할 것이다.

13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주어지는 믿음과 사랑으로, 나에게서 들은 건전한 말씀을

현명하고, 신중하며, 이성적으로 합당한 가르침. 바오로는 그리스도 가르침을 승화하면서 동시에 지적, 도덕적 건전함과 일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본보기로 삼으십시오.

자신의 설교와 개인적 행동 속에서, 티모데오는 자신이 바오로에게서 배운 진리에 충실해야 한다.

14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을 지키십시오.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가르침 (기록된 것과 말로 전해오는 것 모두)의 전체 내용을 온전히 보존하실 수 있다.

“ ‘나에게서 들은..’ 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믿음과 복음에 관한 설교이다. 이를 우리에게 맡기신 하느님께서는 이를 왜곡됨 없이 온전히 보존하실 것이다. 나는 이 보배를  빼앗기지 않도록 모든 것을 견디어 낸다. 나는 이 믿음이 상처받지 않고 보존되는 한, 이것들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성 요한 크리소스톰 (393년에서 397년 경), 티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 대한 설교]

복음  루카 17,5-10

이시기 연중 주일의 복음에서, 우리는 당신의 수난을 앞에 두고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예수님의 여정을 따라 가고  있다. 지난 6주간의 복음들은 예수님과 그 제자들을 향한 반대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데, 루카는 이제 다시 그 제자들의 내적인 새로와짐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변화라는 주제로 돌아간다.

5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사도들이 더 많은 믿음을 달라고 하는 요청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새로이 생기를 불어 넣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믿음의 양적인 측면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라고 응답하신다.

6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 나무 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광대한 뿌리 체계를 가진 거목. 이 나무는 뽑기도 어렵겠거니와 바다에서 키우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믿음은 전혀 예상치 않은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복음서에만 등장하는 이 비유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경고하며 그들이 신자들과 하느님의 종임을 일깨워준다.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일했다고 생각하고 결코 하던 일을 멈추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 루카 복음서는 완전한 헌신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 비유가 보여주는 동전의 양면을 음미하자. 믿음으로 우리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으며, 우리의 노력을 끝까지 경주해야 한다. 구원은 믿음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삶 속에서 이를 실천했는지에 의해 얻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