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일, 다해

제 1 독서  지혜 11:22-12:2

     지혜서 (일부 성서 번역에서는 솔로몬의 지혜라고 불림)는 기원전 50년경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로 쓰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혜서는 이 책이 솔로몬에 의해 쓰였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책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현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위대했던 솔로몬의 명성을 활용하여, 솔로몬보다 870여년이 지난 후에 한 저자에 의해 지어졌다. 이렇게 다른 저자의 명의를 활용하는 것을 “가명성 (psudonimity)” 이라 하는데 이는 코헬렛 (구 전도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모든 종류의 다신교를 역겹게 생각하면서 “성스럽고 흠 없는 민족”에 속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 책의 첫 부분 (1-5장)은 예언자적인 어조를 띠고 있으며, 사용된 개념들은 어느 정도 히브리 적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름을 실천하고 진정으로 하느님을 추구하도록 타이른다. 두 번째 부분 (6-9장)에서는 지혜의 근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지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오늘부터 읽게 될 셋째 부분 (10-19장)은 선택된 민족의 역사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지혜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벌하지 않으시는 내용을 듣게 된다.

22 온 세상도 당신 앞에서는 천칭의 조그마한 추 같고,

추는 아주 작은 물체로 그 크기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른 아침 땅에 떨어지는 이슬방울 같습니다. 23 그러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십니다.

그분은 자비를 베푸실 수도 있다.

24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25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존속할 수 있었으며, 당신께서 부르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겠습니까? 26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 12:1 당신 불멸의 영이 만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느님 내재의 매개체로서의 지혜 혹은 하느님에 의해 창조물에 불어 넣어진 생명의 숨결을 가리킨다.

2 그러므로 주님, 당신께서는 탈선하는 자들을 조금씩 꾸짖으시고, 그들이 무엇으로 죄를 지었는지 상기시키며 훈계하시어, 그들이 악에서 벗어나 당신을 믿게 하십니다.

하느님의 권능은 거스를 수 없으며, 따라서 그분은 어떤 속박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이시기에 당신의 창조권능으로 만들어내신 창조물들을 사랑하신다. 왜냐하면 사랑만이 그분께서 창조물을 만드시고 보존하시는 것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분은 창조물들을 용서해 주시고 창조물들이 회개하도록 인내롭게 기다려주신다. 하느님께서는 심지어 사악한 가나안 인들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셨는데, 이들도 당신이 창조하셨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제 2 독서  2테살 1:11-2:2

     오늘 우리는 바오로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을 시작하게 된다. 실라스와 함께 성 바오로는 50년경 여름, 필리피를 떠나 두 번째 선교여행 (49-52년)의 여정 중에 테살로니카에 당도하게 되었다.

     오늘날 살로니카라고 알려져 있는 테살로니카는 에게 해에 위치해 있으며 성 바오로 시대에 번성하던 무역의 중심지였다. 이 도시는 기원전 315년 카산더 (Cassander)에 의해 건립되었는데, 알렉산더 대왕의 누이인 자신의 아내의 이름을 따라 테살로니카라고 명명되었다. 테살로니카는 기원전 186년에 로마에 복속되었다. 종교에 관한 한 이 곳은 전형적인 이교도들의 도시였다. 고고학을 통해 수많은 신상들과 여제사장들의 상이 발굴되었는데, 이를 통해 테살로니카 인들의 종교행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비석 따위에 새겨진 내용을 보면 이들이 종교적인 진실성에 매우 무지했으며 죽음 이후에도 영혼은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테살로니카에는 꽤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자신이 해 오던 대로 성 바오로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해 먼저 유대인들의 회당을 찾았다: 즉,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시고, 구약의 예언이 그분을 통해 실현되었으며, 그분께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성 바오로는 세 번의 안식일에 걸쳐 회당에서 설교하였다고 (사도 17:2) 알려져 있지만, 아마도 야손의 집에 기거하면서 두 달 가량 그곳에 머물렀을 것으로 생각된다. 성 바오로의 설교로 인해 “적지 않은 귀부인들 (사도 17:4)”를 포함, 많은 유다인과 이방인들이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을 시기한 일부 유대인들은 군중을 선동하여 바오로와 실라스를 찾아 야손의 집을 습격하였다. 바오로 일행을 찾지 못하자 이들은 야손을 시 지도자들 앞에 끌고 갔으며, 야손은 두 사도들을 대신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사도 17:5-9). 이 일로 성 바오로와 그 일행은 그날 밤 서둘러 테살로니카를 떠나 먼저 베로이아 (사도 17:10)로 향하고 이어서 아테네 (사도 17:15)로 가게 되었다.

     바오로가 갑작스럽게 테살로니카를 떠나게 된 것은 막 전교된 신자들에 대한 지도가 충분치 않았으며 이들의 상황이 유대인들의 박해로 인해 어려워졌음을 의미하였다. 그 결과 성 바오로는 테살로니카에 있는 신자들의 신앙을 견고히 하고 (1테살 3:1-2) 다시 그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기 위해 티모테오를 보내게 된다.

     티모테오는 코린트에서 바오로와 만나 테살로니카 인들에 대한 좋은 소식을 전하였다. 즉, 테살로니카 신자들이 모든 탄압 속에서도 믿음과 자선을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티모테오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몇몇 질문들에 대한 것도 보고하였는데, 즉,  죽음 이후의 삶 그리고 재림과 같은 것들 이었다.

     성 바오로는 이전에 중단되었던 설교와 가르침을 완성하기 위해 첫 번째 서간을 써서, 티모테오를 통해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전달하였다. 이 편지를 받고 신자들은 주님 안에서 이미 죽었던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일하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2 테살 3:11). 바오로는 이를 듣고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두 번째 서간을 쓰게 되었다.

11 그 때문에 우리는 늘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도덕적 완성은 하느님의 전능하심에 달려있다. 신실한 자들이 과연 하느님의 부르심의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분의 은총이다. 따라서 그 완성은 주님의 재림때, 이들이 주 예수님과 가지는 친밀한 인격적 관계로 이루어진 상호 찬미와 같다.

12 그리하여 우리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따라,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여러분도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 2,1 형제 여러분,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우리가 그분께 모이게 될 일로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의 영광스런 재림 (특정 날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완성)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재림이 언제가 될지, 그는 말하지 않고 있다: ‘때가 되면 올 것이다’; 그는 말하면서 ‘우리가 그분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바오로의 권고가 칭찬과 격려와 함께 주어짐을 주목하라. 왜냐하면 이를 통해 예수님과 모든 성인들이 그 때에 우리와 함께 확실히 나타나실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톰 (398-404년경),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내는 둘째 서간에 대한 설교 3]

2 누가 예언이나 설교로

예언의 카리스마적인 선물

또 우리가 보냈다는 편지를 가지고

위조된 편지. 조작된 편지들이 실제로 신자들 사이에 돌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말하더라도,

“따라서 주님의 날을 모른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나 사악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도 바오로가 ‘누가 예언이나 설교로, 또 우리가 보냈다는 편지를 가지고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말하더라도,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했을 때 바오로 사도는 분명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신자들이 믿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사악한 노예와 같이 되어 ‘나의 주님은 오랫동안 오시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교만과 비도덕적 행위로 파멸의 길을 걷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따라서 바오로가 이들이 임박한 마지막 날에 대한 잘못된 소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소망한 것은 그의 또 다른 바람, 즉 테살로니카 신자들이 완전히 준비된 채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등불을 켠 채 그 여정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바람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히포의 성 아우구스틴 (418년 경), 서간들 199, 1.2]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만약 그렇다면 종말이 닥치는데 대한 일종의 광기를 나타낸다.

복음  루카 19:1-10

     예루살렘과 당신의 수난에 가까워지실수록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인들이 경멸하던 사람들 –즉 가난하거나 병들고 혹은 죄를 지은 사람들- 과 어울리심으로써 이들을 계속 자극시키신다. 바리사이인들에게 사람은 그가 어울리는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었으므로, 예수님은 분명히 하느님으로부터 온 사람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분 주위에 있는 이들이란 모두 율법과 격식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세관장이었던 자캐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1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들어가시어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2 마침 거기에 자캐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캐오라는 이름은 “깨끗한”을 뜻한다.

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세관은 자신이 모은 세금 가운데 초과분을 갖게 된다. 다른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캐오도 자신의 부에 애착을 느꼈을 것이다.

3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 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그곳을 지나시는 예수님을 보려는 것이었다.

작은 나무 몸체와 널찍한 가지 때문에 올라가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5 예수님께서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오늘, 그 기다림은 끝났다. 하느님의 구원은 미래에나 생각해 볼 어떤 것이 아니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

6 자캐오는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다. 7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하고 투덜거렸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깨끗한 사람들”과 “죄인들”의 경계를 넘어 가시는 것을 못마땅해 하며 투덜거리고 있다.

8 그러나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이 내용이 현재형으로 번역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 부분을 미래형으로 해석하면, 자캐오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겠다고 결심하면서 자신이 더 이상 죄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현재형으로 해석하면, 자캐오는 너그럽고 공평한 것이 자신의 일상적인 행동이므로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형이 사실인 경우 예수님께서는 9절에서 자캐오에 대한 좋은 평판을 옹호하신다. (그러나 대체로) 미래형 해석이 선호된다.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자캐오는 손해배상에서 법이 요구하는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민수기 5:5-7에서는 횡령한 돈에 20퍼센트를 더 얹어 갚도록 요구한다.

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자캐오의 집에 머물겠다고 제안하시고, 그가 이를 받아들였으며, 삶도 변화하게 되었기 때문에, 구원이 그의 집안 전체에 내렸다.

10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마지막 구절은 연중 제 24주에 다루었던 잃어버린 것을 찾는데 대한 세 가지 비유 (잃어버린 양, 잃어버린 보화, 집나간 아들)와 회개하는 죄인이 돌아올 때 천국에서 잔치가 벌어지는 기쁨을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