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 다해

도입

     삼위일체의 교리를 항상 명확하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삼위일체”라는 단어는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 (근본주의적 성향의 수사나 수녀님들이라면 이와 마찬가지로 지적할 사항이긴 하지만, “교황,” “연옥,” 혹은 “가톨릭”이라는 용어도 성서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도들이 활동하던 시기에 이 교리가 어떻게 이해되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리스도교의 1세기를 거치는 동안 교회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삼위일체에 대한 교회의 믿음을 나타내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교리는 사도신경에 잘 드러나 있는데, 사도신경은 고대 로마에서 세례와 같은 상징적 예식 안에서, 교리문답의 방법의 기본으로 사용되었으며 2세기 이후부터는 신앙고백으로 쓰이고 있다.

     초대 교회에서 그리스도교인은 하느님의 일치와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했으며 삼위일체간의 관계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려 하였다. “삼위일체” (그리스어: trias)라는 용어의 사용은 2세기 경 안티오키아 사람 Theophilus의 글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삼위일체간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초기에 많은 오류를 낳기도 했으며, 이 관계를 묘사하려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단으로 몰렸다. 위대한 신학자인 Tertullian과 Origin조차도 성부와 성자간의 관계를 잘못 설명하였던 것이다. 기원후 300년 경 아리우스(Arius)는 하느님의 말씀 (logos)이 모든 다른 창조의 도구가 되기 위해 성부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말씀 즉, 하느님의 아들은 아리우스에 따르면 완벽하지만 창조된 존재였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고 치면, 성부만이 진정한 하느님이시고, 성자와 성령은 성부의 채택에 의해서만 성스럽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 가장 신성하고 일치된 삼위일체는 단지 성부께서 그분의 은총을 성자와 성령께 연장시키는 서열일 뿐, 동급이자 똑같이 영원하신 인간으로 함께 하나의 진정한 하느님을 이루시는 영적교감은 되지 않는 것이다. 제 1차 니체아 공의회 (325년)는 아리아니즘의 이단을 단죄하기 위해 소집되었고 성부와 성자의 동질성 (consubstantiality)을 명확히 규정하였다. 제 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381년)는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와 함께 찬미를 받으셔야 함을 확인하였다. 아리아니즘은 거의 500년이 지난 7세기 말경에 이르러서야 사라졌으나 아직도 여호와의 증인이나 몰몬교의 가르침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제 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553년)에 이르러서야 삼위일체의 교리가 명확히 선언되었으며 그 기술적 표현도 정착되었다.

     우리가 니체아 신경이라고 부르는 신경은 325년 제 1차 니체아 공의회에서 비롯되었으며 381년에 소집된 제 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더욱 전파되었다. 그러다가 589년 톨레도에서 열린 지역 공의회를 통해 서양의 전례에 소개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리스 원어를 라틴어로 번역한 것으로 약간의 내용이 덧붙여졌는데, 이로 인해 주요 신학적 분쟁이 야기되기에 이르른다. 즉, 성령께서 ‘성부’로부터가 아니라,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가톨릭과 개신교를 동방정교로부터 갈라놓는 내용이 되고 있다.

제 1 독서 잠언 8:22-31

     지혜라는 개념은 매우 복잡하여 이해하기 힘들다. 지혜는 아론의 옷을 만든 이들 (탈출 28:3)이나 모세의 성막을 건설했던 목수들 (탈출 31:3-5; 36:1)이 지녔던 것과 같은 장인의 기술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또 전문 곡꾼들 (예레 9:17)이나 항해사들 (시편 107:27)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현인은 왕들의 조언자 (예레 50:35; 잠언 31:1)이나 지혜로운 늙은 여인 (2사무 20:16)이기도 하다. 이 개념은 또한 강렬한 종교적 측면을 띄기도 한다: 주님의 두려움 (잠언 1:7; 집회 1:9-10). 오늘 우리는 지혜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 (성스러움)으로 절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만물 이전에 존재하였슴을 듣게 된다. 이는 모든 창조물에 우선순위가 있슴을 암시하는 것이다.

22 주님께서는 그 옛날 모든 일을 하시기 전에 당신의 첫 작품으로 나를 지으셨다 (삼으셨다).

동사인 qana는 “획득하다”라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획득함 (acquisition)’이 탄생의 방법으로서 설명되고 있다. “주님께서 나를 창조하셨다”라는 번역은 ‘말씀 (Logos)이 창조되었다’는 자신들의 믿음을 뒷바침하기 위해 이 구절을 사용했던 아리아니즘을 따르던 사람들 때문에 종종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곤 하였다.

23 나는 한처음 세상이 시작되기 전에 영원에서부터

히브리어에는 영원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으나 olam (여기에서 “영원에서부터”로 번역됨)은 무한한 시간의 기간을 의미한다.

모습이 갖추어졌다.

이는 탄생의 이미지이다.

24 심연이 생기기 전에, 물 많은 샘들이 생기기 전에 나는 태어났다. 25 산들이 자리 잡기 전에, 언덕들이 생기기 전에 나는 태어났다. 26 그분께서 땅과 들을, 누리의 첫 흙을 만드시기 전이다. 27 그분께서 하늘을 세우실 때, 심연 위에 테두리를 정하실 때 나 거기 있었다. 28그분께서 위의 구름을 굳히시고 심연의 샘들을 솟구치게 하실 때, 29 물이 그분의 명령을 어기지 않도록 바다에 경계를 두실 때, 그분께서 땅의 기초를 놓으실 때 30 나는 그분 곁에서

지혜는 모든 창조사업을 목격하였으며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랑 받는 아이였다.

Amon은 “장인” 혹은 “어린 아이”이다. 작은 어린아이는 앞서 기술된 탄생의 이미지에 적합하다.

나는 날마다 그분께 즐거움이었고 언제나 그분 앞에서 뛰놀았다. 31 나는 그분께서 지으신 땅 위에서 뛰놀며 사람들을 내 기쁨으로 삼았다.

제 2 독서 로마 5: 1-5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바오로가 자신이 세우지 않은 교회 (회중)에 쓴 단 하나의 서간이다. 이 서간에서 바오로는 회중의 질문에 답하지도 그리스도 교리에 대한 요약도 주지 않는다. 이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통해, 유다인만이 아닌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선교적 체험을 기록하고 있다. 바오로는 인간의 의롭게 됨과 구원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달려있음을 깨닫고 있다. 성부(아버지)의 사랑은 성자,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경우와 비교되듯)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잃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믿음을 통하여 인간은 성부에 의해 마련되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실현된 구원의 계획이 이룬 효과를 나누게 된다. 오늘 우리는 바오로가 암시하는 신학적인 가치인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에 대해 듣게 된다.

5:1 그러므로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바오로는 로마서 1:16-4:25을 통틀어 인간이 의롭게 됨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이루어짐을 역설한다. 바오로는 여기서 그리스도교인 그 자체의 경험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인간의 의롭게 됨(의화)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이는 죄인이 하느님 앞에서 올바르고, 순수하며 성스럽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가톨릭 전통에서 의롭게 됨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하느님의 믿음으로의 초대에 대한 반응으로 선한 삶을 사는 것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전통적인 루터교리에 반하여, 가톨릭 믿음은 선한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믿음은 의롭게 되기에 부족하다고 받아들인다. 이는 선행이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기 위해 협조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믿음으로만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의롭게 됩니다” (야고2:24). 사람이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하지 않고 선행을 통해서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며, 이는 펠라지우스 이단적 사고로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단죄 받았다. 가톨릭과 개신교간의 의화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는 가톨릭은 이 말을 그리스도교인이 일생을 걸쳐 겪게 되는 과정 (믿음을 얻음으로 시작하여 꾸준히 살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받아들이는 반면, 개신교에서는 이를 하느님께서 당신이 보시기에 한 죄인을 의롭다고 간주하시는 하느님의 외적 선고로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는 이들에게 그리스도교인다운 삶이 시작됨을 의미하며, 또한 이 믿음으로 말미암아 이 출발점으로부터 이어오는 개신교인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도록 하라: ‘만약 [의화]가 믿음으로 부터 오는 것이라면 어떻게 자유롭게 주어지는가: 만약 믿음이 이에 도움이 된다면 왜 주어지지 않고 값을 치루어야 하는 것인가?’ 믿음이 있는 자가 그렇게 말하지 않도록 하라; 왜냐하면, 만약 그가 ‘나는 믿음이 있는 고로 의롭게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는 응답 받을 것이다: ‘당신이 받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가?’ 그러므로 만약 믿음으로 간청하여 의롭게 되면 (하느님께서 그의 믿음의 정도에 비추어 할당하시는대로), 인간의 어떤 장점도 하느님의 은총을 앞서는 것이 아니라 은총 그 자체가 증가하는 것이며, 이 증가는 의지가 앞서지 않고 동반하며, 함께 하나 먼저 가지 않음으로 완벽함에 가치를 더한다.”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 (417년), 놀라의 폴리니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186, 3, 10]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희생과 부활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영성체 즉 그리스도의 부활하신 몸과 피, 영혼 그리고 성스러움 통해 우리는 가족 만찬에 동참하고 부활속에서 서로 나눈다.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의화의 첫번째 결과는 평화이다. 화해는 멀어짐을 대체한다.

2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믿음은 의화된 삶으로의 도입이다. 이제까지 첫번째 신학적 가치인 믿음을 논의하였슴을 주목하라.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의화의 두번째 결과는 두번째 신학적 가치인 희망이다.

3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리스도의 희망의 기초로서 성스러운 총애는 인간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어려움에 닥쳐도 자신감을 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우리가 어렵게 보이는 일들에 조차도 기뻐할 때 앞으로 닥칠 것들이 얼마나 위대할지를 고려해 보라… 고난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인내롭게 되기 때문이다.” [St. John Chrysostom (391년),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대한 강론 9]

4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5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에 대한 희망은 착각이 아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인은 절대로 실망스럽게 된 희망때문에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인간적 희망은 속일 수 있으나 하느님에 대한 희망은 아니다 (시편 25:19-22).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다. 성령의 선물은 그 증거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부어지는 매개체이다.

복음 요한 16:12-15

     부활시기를 통틀어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하시는 마지막 대화를 독서로 다루었다. 오늘도 다르지 않다. 마지막 만찬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12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13 그러나 그분

요한 14:25-26에서 약속된 성령. 공생활의 가장 마지막인 이 시점에서 조차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수 없는 것이 많고 성령께서 활동하시기를 기다려 한다 .

곧 진리의 영이 오시면

성령이 이들을 이끄시는 “진리”는 복음의 다른 부분에 나와있는 “진리”과 같은 의미임이 틀림없다: 즉 하느님의 현시 및 하느님의 말씀을 이야기하는 분으로서의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다 (요한 3:20,33; 8:40,47). 이 중재자 (Paraclete)께서는 교인들이 8:31-32에 나온 말씀을 완성하도록 도와 주신다: “너희가 내 말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성부와 연관지어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요한 12:49; 14:10) 성령을 당신과 연관지어 말씀하신다.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예언은 성령의 역할이다 (사도 21:11). 중재자께서는 성서에서 약속된 모든 것에 대한 완성으로서 교인들이 예수님에 대해 이해하도록 이끄신다.

14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중재자의 역할은 예수님을 찬미하고 성부께서 예수님께 주신 것을 받아 제자들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성자께서 성부로부터 얻으신 영광, 성부께 드리는 찬미 (요한 12:23,38; 13:31)는 그리스도의 일을 이어가시는 성령의 활동을 통해 교회 안에서 계속된다 (요한 14:13).

15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교회의 존재가 성부와 성자의 공유된 생명의 결과이듯이 (요한 3:35; 5:20; 10:30) 그 계속됨은 성자와 성령의 공유된 생명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