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돌 선교일지

양태현 그레고리오 신부님이라면 지난 4월 말레이시아 공동체 부활절을 위해 오셨던 분으로 누구나 익히 기억하시는 분입니다. 미국 Los Angeles 소재 성삼 [Holy Trinity] 한인 천주교 홈페이지에 "에콰돌 선교 일지"라는 제목으로 "기획 연재물"로 실린 양태현 그레고리오 신부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연재되는 글을 계속 저희들 홈페이지 "사랑방 이야기"에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주: 웹마스터]

[성삼 한인 천주교 소개의 말]

제2차 바티간 공의회는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압축된 명제로, 선교가 교회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두렵게까지 느껴지는 해외선교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현재 남미 에콰돌에서 선교사로 사목하고 계시는 양태현 그레고리오 신부님께서 보내주시는 선교지 소식을 이 페이지에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양 신부님께서 지난 10월 24일 본당 방문 시에 하신 주일미사 강론에서 가려 적은 글입니다.

에콰돌 선교일지

해외 선교라는 것은 어떤 거창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 모든 곳 중의 한 곳에서 소박한 사람들과 함께 그분의 사랑을 구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안데스 산맥 중턱 해발 2,850m에 위치한 에콰돌의 수도 귀또(Quito)입니다. 약 6만여 명이 되는 본당 신자들은 남미 원주민인 인디오들과 또 대다수의 혼혈인, 그리고 흑인 노예들의 후손들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에 한국인 본당신부와 콜롬비아에서 오신 수녀가 혼합되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신자들의 대부분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시골농민들로 도시빈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콰돌에는 사제, 수도성소가 부족하여 전체 400여명의 사제중 절반이 외국에서 온 신부들입니다. 저 자신 피데이 도눔 (Fidei Donum:신앙의 선물 - 아프리카 및 제3세계에 사제들을 신앙의 선물로 보내자고 한 교황 비오 12세의 회칙에서 시작되었으며, 현 교황 바오로 2세께서도 자체 교역자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 교회라도 속히 복음을 전세계에 선포할 선교사들을 스스로 파견하여 교회의 보편적 선교활동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시고 계십니다.)

 
사제로서 지난 4년 이곳에서 일해오면서 제게 맡겨진 양떼들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알아보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너무나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때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이해 받지 못할 때, 그리고 사랑하며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내가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심한 마음을 충격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에콰돌 인의 마음으로, 에콰돌 인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본당에서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하여 1-4세까지의 아이들을 돌보는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탁아소에서 110여명의 아이들과 12명의 보모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이를 뒤로 한 채 눈물을 훔치며 일터로 향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전쟁터를 방불하지만 오히려 여기에서 삶의 희망을 느끼고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으니 이는 전교가 저희에게 주는 또 다른 풍요로움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탁아소 안에서 스스로를 '성당 아빠'라고 부르며 이 세상의 모든 가장들과 같은 마음이 되어, 이 예쁜 아이들이 탁아소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집에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음식을 먹고, 조금 더 나은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은 심정으로 이 아이들을 위해 희생, 헌신하는 사제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충실한 직무수행이 사제의 성덕을 이루는 기본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매일 본당과 곧 본당으로 승격될 2천 여명의 신자가 있는 공소, 탁아소 사이를 오가며 사목하면서 영적, 물적으로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지만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선교라는 것이 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선교사보다 항상 먼저 와 계시는 예수님께서 끊임없이 위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양태현 그레고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