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쿠폰

남편이 실직한 이후, 우리는 뭐든 다시 시작해 보리라는 마음을 갖고 모아둔 돈으로 시장에 조그만 야채가게를 냈다. 

매일 이른 새벽, 남편은 트럭을 몰고 농산물 시장에 가서 싱싱한 야채를 떼어오는 일을 시작해 늦은 밤이 되어서야 가게 문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땀의 대가는 정직하게 우리에게 되돌아왔고,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자 부부 사이도 더 돈독해진 것 같았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내가 아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역할을 예전만큼 잘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알아서 숙제도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4학년 된 큰 아이가 가게에 찾아와 남편에게 예쁜 봉투를 하나 건넸다. "이게 뭐니, 예지야?" 남편은 일하던 손을 놓고 봉투를 받으며 물었다. 

남편이 봉투에서 종이 쪽지를 꺼내어 찬찬히 읽어보았다. '아빠! 생신 정말 축하드려요. 좋은생일선물을 해드리진 못하지만 언제든 지 이 쿠폰을 사용하시면 정성을 다해 드릴게요. 아빠, 힘내시구요. 정말 사랑해요! 예지, 은지올림.' 

그리고 그 밑에 네모난 쿠폰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10분짜리 안마쿠폰'  '구두 닦는 쿠폰' '심부름하는 쿠폰' '노래해 주는 쿠폰' '라면 끓여 주는 쿠폰' '뽀뽀해 주는 쿠폰.' (쿠폰들은 딱 한 번만 사용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기분 좋으면 두번도 해 드릴게요!)

눈가에 눈물을 훔치며 남편이 말했다. "여보, 한때 나는 모든 걸 잃어버린것만 같았소.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아주 부자로군, 그래." 나는 남편의 손을 꽉 쥐며 미소지었다. 골목길 사이로 밝은 달빛이 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리의 미래도 밝으리라.

<아름다운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