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제기

박해 시대의 조선 천주교회를 연구할 때 봉착하게 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자료상의 제약 때문에 당시 조선 천주교회를 관할하였던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어떤 사고 방식을 가지고 조선에서 활동하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선에서 활동한 개별 선교사들의 인식도 연구해야 하지만, 파리 외방전교회라는 선교 단체의 기본적인 선교 정책과 동아시아 지역 교회에서의 활동 내용도 다루어야 한다. 특히 조선으로 입국하기 이전에 중국 지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많았던 만큼, 중국 천주교회의 역사도 중요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파리 외방전교회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선교 방침을 가지고 활동하였는지를 추적해 보면, 중국 천주교회의 역사에서는 1803년에 최초로 사천성에서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대목구장이 시노드를 개최하였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사천성 시노드’라 불리는 이 시노드는 조선 천주교회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파리 외방전교회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개한 선교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글은 1803년 사천성에서 시노드가 왜 열렸으며 어떤 내용들을 결정하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동아시아 천주교회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룬 연구이다. 먼저 사천성 시노드에서 결정된 선교 방침들을 이해하기 위한 예비 작업으로 창립 이후 파리 외방전교회가 견지한 선교 방침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고찰한 뒤, 사천성 시노드의 개최 경위와 진행 과정, 결정 사항 등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시노드의 교령들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천주교회 역사에서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19세기 조선 천주교회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등장하는 몇 가지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써 사천성 시노드와 조선 천주교회의 연관성에 대한 해명을 새로운 연구 과제로 제시할 것이다.

2. 예비적 고찰 :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 초기부터 표방하였던 전반적인 선교 신학과 선교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로는 1658년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될 당시 포교성성(布敎聖省)에서 내렸던 훈령, 1664년 시암(현 태국) 지역에 도착한 창립자 프랑수아 팔뤼(Fran�ois Pallu) 주교와 피에르 랑베르 드 라 모트(Pierre Lambert de La Motte) 주교 등이 시노드를 개최하여 결정한 선교사 활동 지침서인 《모니타》, 그리고 1700년에 제정된 파리 외방전교회 회칙 등이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파리 외방전교회의 성격과 활동 지침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위의 세 자료를 이용하여,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 초기부터 유지하고 있었던 일반적인 선교 방침을 검토하겠다.

1) 포교성성 훈령
1658년 창설 당시의 파리 외방전교회는 특별한 영성을 토대로 하여 조직된 수도 단체가 아니라 재속 사제들을 회원으로 받아서 선교 활동을 펼치는 선교회였기 때문에, 특별한 헌장이나 회칙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파리 외방전교회는 로마 교황청 포교성성 직할의 선교 단체로 출발하였으므로, 창립자인 팔뤼 주교와 랑베르 주교에게 포교성성이 내린 1658년 8월 17일자 훈령에 그 창립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두 교황 대리 감목의 통치권과 권한에 대한 교황 칙서에 첨부된 이 훈령은, 상세한 교훈들과 출발에 앞서 취해야 하는 세부적인 조처들을 담고 있다. 대략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 부분은 선발할 선교사들의 자질, 신학교 장상들을 추대하는 문제, 로마에 지부를 설치하는 문제 등을 다룬다. 그리고 둘째 부분은 선교지까지 가는 여행 경로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셋째 부분인데,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도착해서 벌일 활동에 대한 충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훈령에서는 먼저 팔뤼와 랑베르, 그리고 이냐시오 코톨랑디(Ignace Cotolendi)를 주교로 서임해서 선교지로 파견하게 된 계기를 상기시키면서 파리 외방전교회의 창립 정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성에서 여러분들을 이들 지역에 주교로 파견하게 된 주요한 이유는 젊은이들을 교육시켜서 사제직으로, 그리고 나아가서 주교직으로 세우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그들을 지도하십시오. 언제나 이 목표를 염두에 두고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교육시켜서 성직으로 인도하시기 바랍니다. …학교를 세워서 무료로 라틴어를 가르치고 그 나라 말로 천주교의 교리도 가르치십시오. 교우들 중 누구도 외교인이 자신의 자녀를 교육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모든 자녀들은 바로 여러분들이 육성해야 합니다.”1)

그러므로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된 애초의 의도는 피선교 지역들에서 자체적인 성직자를 확보하는 일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까지 천주교 선교 활동이 주로 예수회와 도미니코회, 프란치스코회와 같은 수도 단체들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교구 조직에 바탕을 둔 천주교회의 구조적 기반이 미흡하였던 것을 반성한 데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수회가 선교하는 지역에서 양성된 성직자는 예수회원으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일단 예수회가 그 지역에서 철수하게 되면 방인 성직자들도 이들을 따라서 함께 떠나 버렸던 것이다.

포교성성 훈령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적인 사항은 선교지 현지의 전통적인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라고 선교사들에게 충고하였다는 점이다. 즉 선교지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예식이나 관습, 도덕 관념 등이 명백하게 천주교회의 교리와 배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것을 금지하거나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선교 지역의 주민을 대할 때에 유럽 교회의 모습을 이식하려는 태도를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선교 활동의 목적은 이들 선교 지역에 유럽화된 천주교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천주교 신앙만을 전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 백성들이 지니고 있는 의식(儀式), 관습, 도덕 관념 등이 종교와 윤리에 명백하게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여러분들은 절대로 이를 바꾸려 들지 말고 또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마십시오. 중국 사람들에게 프랑스나 스페인 또는 이탈리아나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들을 그대로 이식한다면 그보다 더한 불합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에게 우리 쪽의 나라들을 가져다주지 말고 신앙을 가져다주십시오. 이 신앙은 어떤 민족의 것이든 간에 그 자체가 타기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일체의 관행이나 의식을 배척하거나 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보존하고 보호합니다.”2)

포교성성이 교황 대리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이 충고의 말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는 지시와 더불어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당시 비유럽권 나라들에 대한 유럽 천주교회의 선교 활동은 보호권을 앞세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왕들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었다. 교황청은 유럽의 여러 탁발 수도회가 벌이고 있는 비유럽 지역 선교 활동이 순수한 복음의 전파에 역점을 두기보다는 그 수도회가 속한 나라의 세속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교황 대리 선교사로 파견하는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사들에게는 세속 국가의 영향력을 배척하고 선교 지역에 오직 복음만을 전파할 것으로 당부하는 입장에서, 유럽적인 관습을 이식하지 말고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라는 조언을 하였던 것이다.3)

또한 포교성성의 훈령은 파리 외방전교회의 창립 정신과 선교 지역의 문화 전통 존중과 더불어, 선교사들과 선교 지역의 국가 사이에서 벌어질 충돌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지침을 제시하였다.

“만일 어느 왕이 여러분의 견해와 천주교에 대해 호의나 공감을 표시한다면 그를 인정해 주십시오. 그 나라의 관습이나 법률에 상치되는 특권이나 면제, 판단을 요구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만일 여러분이 어느 정도 신임을 얻게 된다면 이는 그 왕의 친절 때문이지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여러분들이 정치적인 문제와 얽혀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피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포교성성이 언제까지나 지키고자 하는 점입니다.”4)

위의 인용문에서 포교성성은 선교사들이 선교 지역의 국가 권력으로부터 환대를 받더라도 그것을 특권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포교성성은 선교사들이 선교 지역에서 세속 국가와 정치적인 문제로 얽히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포교성성 훈령이 작성되었을 당시인 17세기 유럽 사회에서는 정치와 종교, 또는 국가와 교회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관념이나 사회적 원칙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선교사들이 특권 의식을 가지거나 국가 권력과 지나치게 밀착되면 안 된다는 훈령은,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왕이 보호권(Padroado)을 행사하면서 선교 활동을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을 막고 선교 활동의 순수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포교성성이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에게 지시한 선교 지역의 전통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정치적 문제의 불간섭과 같은 원칙이 구체적인 선교 활동의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18세기와 19세기 파리 외방전교회의 동아시아 선교 과정에는 포교성성의 훈령에 나타난 원칙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건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비록 교황청의 공식적인 입장을 따랐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18세기 이후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에게 조상 제사를 금지시켰던 것은 선교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무시한 데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베트남에 파견된 선교사들 중 피뇨 드 베엔(Pigneaux de Behaine)과 같은 인물이 베트남 왕실의 정쟁에 깊숙이 개입하거나 프랑스의 국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벌였던 사례들은, 선교지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불간섭 원칙이 유명무실하였음을 말해 준다.

다만 방인 성직자 양성 원칙과 같은 경우는 나름대로 충실히 지켜졌다. 그래서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임지에 도착하면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 생활을 돌보는 한편, 최우선적으로 신학교를 세워서 방인 성직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였다.

2) 회칙과 《모니타》
1664년에 팔뤼와 랑베르는 선교 활동을 위한 첫 번째 기착지인 시암에 도착하여 자신들이 맡은 선교 지역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갖춘 뒤에 동료들(Deydier, Hainques, Brindeau, Laneau)과 회의를 열어 선교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포교성성의 훈령에 나타난 정신을 반영하여 작성된 이 지침서는 흔히 《모니타》5)라고 불린다.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전통은 이 지침서를 바탕으로 하여 형성되기 시작하였다.6) 그리고 이 지침서를 토대로 1700년에 만들어진 것이 파리 외방전교회 회칙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자료를 통해서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 초기부터 일관되게 가지고 있었던 선교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약 36년 뒤에 작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파리 외방전교회 회원 선교사들이 지켜야 할 최우선적이고 보편적인 선교 활동의 원칙이 담긴 회칙의 내용을 먼저 다루고 나서, 선교 지역의 상황에서 보다 구체적인 행동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니타》의 활동 지침을 살펴보자.

파리 외방전교회는 동아시아 각지로 흩어져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자 1700년에 총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파리 외방전교회 회칙(R�glement de la Soci�t?des Missions-Etrang�res de Paris)을 제정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다섯 가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① 파리 외방전교회의 목적과 구성원, ② 일반적인 치리에 관한 사항들, ③ 사도적 일꾼, 다시 말해서 선교사의 선발과 양성, ④ 파리 외방전교회의 사업과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조직 구성 문제(신학교와 지부), ⑤ 선교 자금의 운용 문제 등으로 요약된다.7)

회칙의 세부적인 사항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변경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몇 차례의 수정과 개정을 거쳤다. 하지만 파리 외방전교회의 목적과 일반적인 정신을 명시하고 있는 제1장의 내용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회칙의 제1장에는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반드시 견지해야 하는 선교 정신과 선교 활동의 기본 원칙이 담겨 있다. 5개의 세부 조항으로 구성된 회칙 제1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교 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에 소개하는 첫 3개의 조항에 잘 요약되어 있다.

제1항. 동인도에 프랑스 주교들과 성직자들을 파견하는 계획을 구상하도록 하신 하느님의 으뜸가는 목적이자, 그 계획을 실제로 수립한 교황청의 첫째 의도는 외교인들의 회개에 있었다. 그 방법은 외교인들에게 복음을 알리는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새로 입교한 신자들이나 그 자녀들 가운데 성직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사람들을 선발하여 성직에 올림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전 교회에 걸쳐서 해 주셨던 것과 같이, 각 지방에 성직자단을 구성하고 교계 제도를 설립시키는 방법이었다. 그 길만이 단시일 내에 완전한 그리스도교를 형성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에서 어렵사리 계속 사제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 사제들도 언어를 습득하는 데 긴 시간을 들이고도 활동 중에 하나 둘씩 죽어 가고 있다. 또한 박해 중에는 훨씬 쉽게 발각되고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진다. 그에 비해 그 나라 출신의 사제라면 보다 쉽게 몸을 피하고 빨리 잠적할 수 있으며, 보다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자기 나라 교회를 외부의 도움이 필요없는 상태로 만들 수가 있다.

제2항. 그러므로 파리의 신학교로부터 배출된 모든 일꾼들은 그들이 일하게 될 지역에 하나의 교회를 이루기에 충분한 수의 신자들이 생기고, 또 그들로부터 목자들을 선발해 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즉시 성직자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자신들의 주된 목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하여 방인 성직자단이 형성되고, 교회가 외국 선교사들의 존재나 도움이 없어도 자립적으로 운영해 나갈 만한 단계가 되면, 그들은 교황청의 허락을 받아서 흔쾌한 마음으로 모든 조직들을 포기하고 물러나 다른 곳을 찾아가 일해야 한다.

제3항. 따라서 그들이 기울여야 할 노력의 우선 순위는 다음과 같다. ① 적합한 사람들을 선발하여 성직자로 양성하는 일, ② 새 신자들을 적절히 돌보는 일, ③ 비신자들의 회개를 위해 노력하는 일 등이다. 언제나 둘째보다는 첫째를, 그리고 셋째보다는 둘째를 더 우선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8)

위의 회칙에 따르면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된 이유이자 활동의 목적은 동인도와 아시아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중심이 된 천주교회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었다. 그 방법으로는 현지인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에서 적당한 인물들을 발굴 육성하여 사제품에 올릴 수 있도록 주교들을 파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은 당시 예수회나 도미니코회, 프란치스코회와 같은 수도회 소속 선교사들과는 달리 선교 지역에서 방인 성직자가 다스릴 자립적인 천주교회를 설립하는 데에 그 활동 목표를 두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선교사들은 그러한 목표를 성취하였을 때 즉각 선교 지역을 교황청에 반납하고 다른 선교 지역을 개척하러 떠나도록 되어 있었다. 위의 인용문에도 나와 있듯이, 파리 외방전교회는 교황청 직할의 선교 단체로서 선교 지역에 정식 교계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그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수회나 도미니코회, 프란치스코회와 같은 수도 단체들이 벌이는 선교 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즉 수도 단체들의 선교 활동은 정식 교계 제도와는 별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들은 해당 지역에 정식 교계 제도가 설립되는 것과 무관하게 선교 지역을 개척하고 운영하였다.

이에 비해서 파리 외방전교회는 독자적으로 선교 지역을 개척하고 운영하기 위한 선교 단체가 아니라, 교황청에서 정식으로 교계 제도를 설립할 때까지 임시적으로 설치한 교황 대리 감목구(대목구)를 맡아서 이끄는 사명을 부여받은 단체이다. 따라서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활동은 어디까지나 교황청 포교성성이 허락하는 한에서 한시적으로 주어진 선교 지역을 관할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파리 외방전교회 회칙에서는 선교 지역 출신의 방인 성직자를 회원으로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파리 외방전교회 회칙은 소속 선교사들이 배속된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일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서, ① 성직자 양성, ② 새 신자 사목, ③ 비신자 개종의 순으로 활동의 우선 순위까지 지정해 놓았다. 여기서 특별히 강조되는 것은 역시 방인 성직자를 양성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배속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또 공동체를 이룰 정도로 신자수가 증가하면, 지체하지 말고 신학교를 세워서 성직자를 양성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모습은 파리 외방전교회가 관할하던 아시아 지역의 천주교회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선교 상황과 비교하면 그 특성이 더 잘 드러난다. 왜냐하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인디오들에게 천주교를 전파하였던 예수회나 프란치스코회 등은 파리 외방전교회처럼 교구 사제들을 양성하여 정식 교계 제도를 수립하는 일에 전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선교 방침은 나름대로 장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예수회나 프란치스코회처럼 선교 지역에서 교계 제도를 수립하는 문제보다 수도회의 정신에 따라 선교 지역을 운영하는 데 치중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천주교회가 정식 교구로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 가지만, 선교 지역의 독립성은 그만큼 확보될 수 있다. 반면 파리 외방전교회는 방인 성직자를 양성하여 교황청 산하의 정식 교구로 만드는 데에만 몰두하였기 때문에, 자신들과 교황청의 기준에 부합하는 신앙만을 허용하는 경직성을 보였다. 게다가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은 유럽 방식에 길들여진 성직자를 육성함으로써 토착 교회가 지닌 자립 정신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아울러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선교사들의 행동 지침을 규정하고 있는 팔뤼와 랑베르의 선교사 지침서, 즉 《모니타》를 통해서 잘 확인된다. 회칙 제정 36년 전에 창립자들이 최초의 선교 지역인 시암 왕국에 도착하여 시노드를 개최하여 작성한 선교 활동 지침서가 바로 《모니타》이다. 이 《모니타》에 나타난 창립자들의 정신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기독교인들의 구원을 통한 사도직의 성화이며, 둘째는 비신자들의 개종, 그리고 셋째는 교회 조직의 건설이다. 이 세 가지의 핵심적인 노선은 파리 외방전교회가 극동 지역의 복음화를 위하여 가지고 있던 구상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래서 아드리앵 로네(Adrien Launay)는 “파리 외방전교회가 관할하던 전교지의 역사는 창립자들이 제시한 이 규칙들을 상이한 시간과 상황들 속에서, 각기 다른 하늘 아래에서 여러 사람들이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9)

《모니타》는 모두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과 제2장은 선교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에 대한 조언과 충고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3장은 선교 사업에 세속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문제에 관한 지적들을 담고 있다. 제4장은 설교에 관한 일반적인 교훈을, 제5장은 비신자의 개종을 위한 접근 방법, 제6장은 예비 신자들의 교육 문제, 제7장은 세례성사에 관련된 규칙들을 다루고 있다. 제8장과 제9장은 각각 새로 입교한 신자들에 대한 사목과 원로 신자들에 대한 사목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10장은 전교회장을 육성하여 자체 성직자로 나아가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니타》에 실린 내용 중에서 파리 외방전교회의 일반적인 선교 정책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3장 ‘인간적 수단의 정당한 사용에 관하여’10)와 제4장 ‘비신자의 개종에 관하여’11)이다. 제3장은 선교사들이 선교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일반적인 규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제2조는 선교사들의 물질적 재산과 관련된 폐단을 지적하고 있으며, 제6조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주로 사용하였던 적응주의 선교 방침에 대한 명백한 거부의 태도를 담고 있다. 먼저 제2조는 “사도직에 있는 사람의 상행위는 부당한 일이며 이는 금지되어 있다”라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프랑스 동인도 회사가 활동하던 인도의 몇몇 지역에서 선교사들이 생활 방편으로 상거래 행위를 하였던 것에 대한 비판이자 금지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복음의 정신에 보다 더 해로운 오류, 단언하자면 훨씬 더 사도직에 반하는 이단적인 행위로 어떻게 신용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토록 많은 성서의 구절들과 공의회의 칙령들, 그리고 그토록 많은 교황청의 헌법들이 모든 수도자들과 심지어 일반 사제들에게도 상업과 세속적인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였던 것이 과연 쓸데없는 일이겠는가! 이러한 금지는 단순히 상업적인 거래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나, 나아가서 그런 일을 할 마음을 먹는 것조차도 금지한다. 주석서들이 분명하게 말하고 있듯이, 상거래 행위는 필요에 의한 것이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든 절대로 금지된다. …결론적으로 세상과 천사와 사람들의 이목 앞에 노출되어 있는 선교사는 상거래 행위에서 오는 눈꼽만큼의 흠결도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평판을 더럽히지 않도록 금전적인 이익에 관한 한 점의 의혹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12)

또한 제3장의 제6조는 여타의 인간적 능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인간적 능력이라는 것은 때로 그 자체로서 훌륭한 것이지만, 복음을 설교하는 자가 복음의 가르침보다는 자기 자신의 평판과 영광에 더욱 급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학술적·예술적인 활동들은 선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속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모니타》는 인간적 수단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선교 활동이 위태로워 보인다 하더라도, 선교사는 오직 하느님의 말씀과 능력에 의지하면서 모든 것을 내맡긴 채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천문학이나 기타 수리에 관한 학문들, 미술이나 수공 예술들 그리고 기타의 모든 예술들, 이 모든 것들은 선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이며 족쇄이다. 선교사는 모든 시간을 기도와 기타의 사도적인 활동들에만 바쳐야 한다. 게다가 그러한 일들은 선교사들이 평판과 존경에 신경 쓰게 만들어 덧없는 허영심으로 그 마음을 채울 위험이 있다. 심지어 종종 어떤 선교사들은 선교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이런 기교에 정통한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어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지나치게 교활한 인간들이라고 생각하여 경계하며 신뢰하지 않는다.”13)

파리 외방전교회가 소속 선교사들에게 학문이나 예술적인 관심을 가급적 배제하고 오직 복음 전파라는 고유한 사명에만 몰두할 것을 바라는 이 조항은 해당 선교 지역의 문화와 관습, 역사 그리고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할 것을 강조하였던 예수회의 적응주의 선교 방침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이유로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은 적응주의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비신자들의 개종 방법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모니타》의 제4장 제4조는 우상 숭배 행위에 대해서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선교 지역의 문화와 관습 및 전통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많이 참고하였을 법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상들에 대한 숭배에 얽매어 있는 비신자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물들어 있던 조상 숭배 의식을 내버리고 악습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사도 바오로가 아테네에서 행한 예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즉 그는 자신의 설교에서 하느님을 더욱 높임으로써 우상들을 격렬하게 공격하였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교사는 문제를 대충 지나가면서 형식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선교사는 비신자들의 영혼에서 이 통탄스러운 우상 숭배 집착을 뿌리뽑는 데 모든 관심과 주의를 다 기울여야 한다. 우상 숭배가 분명히 헛된 일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우상 숭배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비신자들의 눈앞에서 우상 숭배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밝혀 주는 것은 유용한 일이다.”14)

위의 인용문에서 창립자들이 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조상 숭배 의식을 우상 숭배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조상 숭배 의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우상들을 격렬하게 공격하였던 사도 바오로의 예를 들면서 이 문제에 관해서 선교사들이 건성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며 엄격한 태도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처럼 선교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전통과 결부된 조상 숭배 의식을 배척하는 태도는 앞서 살펴본 포교성성의 훈령에 나타난 내용과 상충될 여지가 많았을 것이다. 결국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활동을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포교성성의 훈령은 다분히 선언적인 것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며, 오히려 이 《모니타》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선교 지역의 문화적 관습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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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시자 주: "한문 문화권"의 미풍양속에 포함되는 조상 제사라는 예의가 신앙과 윤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파견된 파리 외방전교회의 이러한 전교 방식이 "한문 문화권"의 여러 나라들에서 심각한 박해를 야기한/초래한 중대한 오류였음에 대하여서는, 다음의 글을 읽도록 하라: 

http://ch.catholic.or.kr/pundang/4/soh/1785.htm <----- 필독 권고

[제목: 성교절요의 십계명 제1계에 대한 월권의 자의적 해설들이 한문 문화권에 초래한 참혹한 결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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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803년 사천성 시노드

1) 개최 경위
1722년 12월 23일 강희제의 서거로 중국 천주교회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천주교에 혐오감을 갖고 있던 옹정제가 즉위하면서 정식으로 교난이 시작된 것이다. 옹정 원년인 1723년부터 도광 24년인 1844년까지 120년 동안, 중국에서 천주교는 공식적으로 금압과 박해의 대상이었다. 1735년 8월에 사망한 옹정제의 뒤를 이어 즉위한 건륭제 역시 재위 61년 동안 천주교에 대하여 박해를 늦춘 일이 없었으며, 대단히 잔인한 방식으로 박해를 가하여 배교하는 교우들도 많았다고 한다.15)

그러나 1780년대 섬서성 위남 지구 일대에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출신 선교사가 12명이 있었으며, 서안과 사천성의 미산 등지에도 성당이 존속하여 선교 활동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에 심한 박해의 와중에도 마카오 주교는 1784년 선교사를 중국 내지에 세 차례에 걸쳐 파견하였다. 1784년 당시 중국 내지의 각 성에는 선교사가 퍼져 있었다. 선교사가 어느 지점에 도착하면 교우가 가서 맞이하여 다른 지역으로 연결시켜 주는 임무를 담당하였다. 그런데 1784년 호남성의 상담에서 호북성의 번성을 거쳐 양양에 도착한 선교사 한 명이 중국 관헌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영향은 광동성, 복건성, 호북성, 호남성, 섬서성, 사천성, 산동성, 하남성, 감숙성 등 많은 성으로 파급되었다. 그 결과 사천성에서는 주교와 3명의 신부가 숨어서 선교하다가 체포되어 혹형을 받고 8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였다. 이처럼 1784년의 교난으로 중국 천주교회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당시 1785년 수학자의 자격으로 북경에 들어왔던 포르투갈 출신의 프란치스코 제3회 회원이자 북경과 남경 교구를 관할하는 교구장이었던 구베아(Alexander de Gouvea) 주교 역시 이 교난의 여파 속에 있었다.

하지만 1796년 건륭제의 선양을 받아 황제로 즉위한 가경제가 1799년부터 실질적으로 친정을 펼치게 되면서 중국 천주교회는 약간 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천주교 탄압이 멈춘 것은 일시적인 일이었을 뿐이었다. 가경 10년인 1805년 백련교 사건 이후 선교사가 여전히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주교를 더 엄금하게 되었던 것이다.

17세기 말 교황 인노첸시오 13세는 중국을 3개 교구, 9개 대목구로 설정하고 지역마다 포교를 담당할 선교 단체를 지정하였다. 호북성과 섬서성은 프란치스코회, 복건성ㆍ운남성ㆍ사천성은 파리 외방전교회, 절강성은 도미니코회, 귀주성ㆍ산서성은 예수회, 강서성은 아우구스티노회의 담당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전교 구역들이 약간씩 변경되기도 하였다. 가령 예수회가 해산된 이후에 프랑스에서 파견되어 귀주성과 산서성을 담당하게 된 라자로회는, 인접한 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파리 외방전교회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면서 선교 활동을 펼쳐 나갔다.

그러므로 여기서 1803년 사천성 시노드가 개최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1784년의 교난으로 중국 내지의 천주교회들이 심한 타격을 입고 나서, 1799년부터 6년 동안 가경제의 등극에 따라 잠시 탄압이 소홀해진 시기를 틈타 사천성 대목구의 뒤프레스(Gabriel-Taurin Dufresse) 주교가 1803년 사천성과 운남성, 귀주성에서 활동하던 신부들을 소집하여 시노드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2) 진행 과정
1767년 사천성 대목구장에 임명되었던 프랑수아 포티에(Fran�ois Pottier) 주교가 1784년의 박해를 겪은 뒤 1792년에 사망하자, 부주교였던 장 드 생마르탱(Jean Lidier de Saint-Martin) 주교가 뒤를 이어 사천성 대목구장이 되었다. 그는 1784년 박해 당시 중국에서 추방되어 필리핀의 마닐라에 있었는데, 포티에 주교가 사망하면서 대목구장 계승권을 지닌 부주교로서 1792년 사천성으로 복귀하였던 것이다. 생마르탱 주교는 박해의 혼란기에 9년 동안 사천성 천주교회를 이끌었으며, 1800년에 유고 시에 교구장직을 계승할 부주교로 뒤프레스 신부를 지명하였다. 1년 뒤 생마르탱 주교가 사망하자 지체없이 뒤프레스 주교가 대목구장이 되었다.

뒤프레스 주교는 전임 대목구장들의 선례를 따라서 부주교를 물색, 당시 10년 동안 사천성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피에르 트랑샹(Pierre Trenchant) 신부를 선발하였다. 1802년 트랑샹 신부를 부주교로 성성한 후, 뒤프레스 주교는 중국 천주교회의 역사상 최초의 시노드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1785년 이전부터 사천성 전교지가 창설된 이후 작성된 교회의 법령들을 수집하였으며, 대목구의 일반적인 상황에 필수적인 결정들을 연구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천성에 파견된 1775년 이래 약 28년 동안의 경험과 사천성 전교지의 관습 및 전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천성 대목구의 장래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강구하였다. 결국 그는 자신과 전임자들이 지켜 왔던 규칙들을 교령으로 정리하여 편찬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후임자들과 방인 조력자들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다.

뒤프레스 주교는 관할하에 있던 전체 성직자들을 소집하여 1803년 8월 말까지 중경(重慶)16)으로 집결시켰다. 그는 사천성의 대목구장이자 운남과 귀주 지역의 직할 서리구장(administrateur apostolique)을 겸임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소집한 시노드는 사천 대목구 차원을 넘어서 중국 서부와 남부 지역을 포괄하는 연합 시노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17) 당시 사천성 대목구에서 활동하던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은 뒤프레스 주교와 트랑샹 주교, 토마스 하멜(Thomas Hamel) 신부 그리고 장루이 플로랑(Jean-Louis Florens) 신부 등 4명에 불과하였다. 그 가운데 트랑샹 주교와 신학교 지도 신부였던 하멜 신부는 활동하던 사목 지역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에, 플로랑 신부만이 8월 중순에 중경으로 와서 뒤프레스 주교를 도와 시노드를 준비하였다. 8월 말까지 뒤프레스 주교의 관할하에서 활동하던 중국인 신부들 가운데 13명이 중경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뒤프레스 주교와 플로랑 신부, 그리고 13명의 중국인 신부들로 시노드를 개최하였다. 이 시노드에 참석한 신부들의 명단과 활동 지역은 다음과 같다.18)

① Mgr Gabriel-Taurin Dufresse(李多林 또는 徐德新19), 사천 대목구장 겸 운남 및 귀주 지역 직할 서리구장)
② Jean-Louis Florens(羅, 사천 서부 및 북부)
③ Augustin Tchao(朱榮, 귀주 남부)
④ Charles Ouen20)(사천 서부)
⑤ Mathias Lo(羅瑪弟, 사천 동부 및 귀주)
⑥ Simon Tung(童鰲, 사천 서부 및 북부)
⑦ Matthieu Kan(甘瑪竇, 귀주 서부)
⑧ Luc Ly(李路加, 사천 서부 및 북부)
⑨ Antoine Lieou(劉安多, 사천 남부)
⑩ Joseph Lieou(劉若瑟, 사천 서부, 북부 및 남부)
⑪ Benoit Yang(楊本篤, 사천 남부)
⑫ Michel Tang(唐伯輝, 사천 남부)
⑬ Vicent Ma(馬文生, 사천 북부)
⑭ Simon Nien(嚴西滿, 사천 남부 및 운남)
⑮ Michel Ho21)(羅延凱, 사천 서부)

시노드가 정식으로 개최된 것은 1803년 9월 2일이었으며, 2일과 5일 그리고 9일에 세 번의 회기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시노드에 참석할 신부들이 모두 도착한 8월 말부터 매일 네 차례에 걸쳐 회의가 열렸으며, 시노드가 열리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이렇게 회의를 가졌다. 뒤프레스 주교의 말에 따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의에 참석하였기 때문에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무 일도를 낭독하거나 식사하는 시간도 겨우 가질 정도였다고 한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성사를 집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들, 사천성 대목구 내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그들 자신과 관련하여 그리고 그들에게 맡겨진 교우들과 관련하여 지켜야 할 행동 규범에 관한 사항들 등 회의를 통해서 제정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시노드의 진행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뒤프레스 주교의 주재 아래에 회의가 열리면, 우선 플로랑 신부가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였다. 그런 다음에 뒤프레스 주교가 나서서 안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을 하고 나면, 각자 자유롭게 생각과 견해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통된 의견으로 그 안건이 교령으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추가하거나 삭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 다음에 뒤프레스 주교는 모든 참석자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서 전원 합의로 제정된 규칙을 주지하고 이해해서, 정확하고도 성실하게 준수하도록 역설하였다.

첫 번째 회기가 시작될 때 관례적인 신앙 고백을 하였고, 매 회기에는 가결된 법규들을 낭독한 다음에 호명된 신부들이 한 사람씩 뒤프레스 주교 앞으로 나와서 찬성(placet)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매 회기마다 처음과 마지막에 뒤프레스 주교가 짧은 연설을 하였고, 이어서 두 번째로 플로랑 신부가 발언을 하였다. 뒤프레스 주교는 시노드를 종결지으면서 《사천 대목구의 교령들 혹은 법령들》이라는 제목을 단 정식 문건을 작성하였다. 참석한 모든 신부들이 시노드의 의제들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라틴어를 쓸 줄 아는 신부들은 즉시 이 문건을 필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문서 분량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9월 말까지 5부의 필사본만이 작성되었다고 한다.22)

시노드의 회의들은 라틴어보다는 속어(langue vulgaire), 즉 중국어로 진행되었고, 라틴어로 말해진 것은 반드시 중국어로 설명되었다. 왜냐하면 참석한 신부들 가운데 대부분이 라틴어를 읽을 때에는 이해하지만, 들을 때에는 잘 알아듣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시노드에 참석한 성직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1명의 서기(secr�taire), 1명의 낭독관(lecteur), 1명의 공증인(notaire), 그리고 3명의 문지기(portier)를 공식적으로 지정하여 시노드에 관련된 사무들을 처리하도록 하였다.

3) 결정 사항
사천성 시노드에서 결정된 교령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성사 활동에 관한 일반적 지침 ② 세례성사, ③ 견진성사, ④ 성체성사, ⑤ 미사 성제, ⑥ 고백성사, ⑦ 병자성사, ⑧ 성품성사, ⑨ 혼인성사, ⑩ 선교사들의 개인적 삶에 관한 지침 등을 독립된 하나의 장으로 다루고 있다. 교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23) 성사 실행에 관한 일반적 사항을 담은 제1장은 모두 7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사 활동 일반과 성사를 집행하는 사제들에게 필요한 성성(聖性), 준수해야 할 예식들, 성직 매매와 몇몇 개인들에 대한 특별 배려를 피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주의 사항, 그리고 내부 규정에 관하여 신자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가르침 등을 다루고 있다.24) 그중 제6항은 특별히 방인 사제들에게 부과된 사항들을 거론하였다. 이 규칙에 따르면 방인 사제들은 1년에 한 차례 내지 두 차례 정해진 날에 선교사 앞에서 성사 예절의 실행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성사 거행의 완전무결함을 보장하고, 잘못된 성사 집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교회의 통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취해진 조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방인 사제들의 성무 집행 능력에 대한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제2장은 신자로서의 삶에 기초가 되는 세례성사에 관련된 것이다.25) 10개의 조항으로 된 제2장은 특별히 세 가지 사항을 강조한다. ① 정해진 전례를 따르는 것과 관련된 사제의 임무들, ② 성인들에게 대세를 줄 수 있는 조건들, ③ 태어난 지 8일이 안 된 영아에게 유효하게 세례를 주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세례성사와 관련하여 교령은 교회가 규정한 《로마 예식서》를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 다음에는 영세 지망자들에게 부과되는 공부와 그에 수반되는 시험, 그리고 모든 신자들에게 영세를 주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성에 관련한 지시 사항들을 담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외교인과 약혼한 처녀들이나 비신자의 자녀들에 관련하여 지켜야 할 주의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제2장의 말미에는 비신자의 자녀들에게 세례성사를 베풀 경우에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역 교회의 법규로서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임박하였거나 확실한 죽음의 위험에 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신자의 어린 자녀들에게 세례를 주어서는 안 된다. 둘째, 만약 어린아이들이 세례를 받은 후에 비신자인 부모 밑에 머물러야 한다면, 즉각적인 죽음의 위험을 제외하고는 세례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 셋째, 비신자의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풀 때에는 성교회에 반대하는 비신자들의 증오를 불러일으키거나 교우들에 대한 박해를 촉발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가지고 신중하고도 조심스럽게 이를 행해야 한다. 따라서 세례성사에 관한 시노드의 교령은 죽을 위험에 처한 신자나 비신자의 자녀들에게 유효하게 세례성사를 집전할 수 있도록 선교사가 신자들이나 전교회장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주된 관심이었다 할 수 있다. 이것은 1843년 프랑스 파리에서 죽을 위험에 처한 아이에게 대세를 주고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양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 성영회(聖h會, Saint Enfance)가 설립되어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더욱 활성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3장은 특별히 박해 시기에 견진성사를 집행할 수 있는 조건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있다.26) 유럽의 라틴 교회에서 견진성사를 베풀 수 있는 자격을 지닌 것은 주교이다. 그러나 당시 아시아 지역의 교회에서는 사제가 단 한 번의 성사 집전을 통해서 세례를 주고 동시에 견진성사까지 베풀고 있었다. 이것은 1767년 1월 17일에 교황청에서 내린 교황 특전에 의거한 것이었다. 이 특전에 따라서 단순히 사제일 뿐인 성직자도 견진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특전에 따라 견진성사 거행의 자격을 획득한 사제나 앞으로 자격을 행사할 사제들은, 1774년에 제정된 포교성성의 규칙에 따라 엄격한 교육을 받아야 하게 되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사제들은 오직 주교만이 통상적으로 견진성사를 거행할 수 있다는 사실과, 사제들 자신은 교황청에서 위임한 특수한 권한에 따라서 견진성사를 거행한다는 사실을 신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또한 여성들에게 견진성사를 베풀 경우 사제들은 반드시 성유를 적신 엄지손가락으로 직접 도유식을 거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의 이마에 성유를 바를 때 어떤 이유에서든 붓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 중국 천주교회에서 여성과의 신체적 접촉을 금기시하는 동양적 관습 때문에 편법을 사용하여 견진성사를 거행하는 관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사천성 시노드의 성사 규정들에는 선교지 현지의 관례가 천주교회의 일반적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제4장은 성체성사에 대한 규칙을 9개의 조항에 걸쳐서 규정하고 있다.27) 대목구의 특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뒤프레스 주교는 자주 그리고 경건하게 영성체를 행할 필요성을 신자들에게 강조하는 데 결코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사제들에게 당부하였다. 그래서 시노드는 영성체를 행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사항들과, 만약 심각한 죄를 범하였을 경우에 사전에 고백성사를 보아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하였다. 그리고 사제들은 병자나 죽어 가는 자들이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며, 같은 병자에게도 몇 차례나 되풀이해서 영성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들도 첫 영성체를 하도록 허락되었으며, 아픈 어린이나 죽을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은 너무 어려도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1년에 한두 차례밖에 교우촌을 방문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신령 성체의 실천에 관한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성체성사에 관한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은 영성체를 준비하기 위해서 경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또 만약 죄를 지었을 경우에 반드시 고백성사를 보도록 규정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내적 경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영성체를 지나치게 자주 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사천성 시노드가 얀센주의의 영향과는 어느 정도가 거리가 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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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시자 주: 갑자기 여기서, 아무런 설명 없이, 이미 이단으로 단죄된 "얀센주의(Jansenism)"가 비 우연적으로(non-accidentally) 언급되고 있음은, 중국에 파견된 파리 외방전교회가 계속하여 "[윤리적] 얀센주의(Jansenism)"를 지지하였음을 독자들로 하여금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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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성 시노드의 첫 번째 회기에서 다룬 마지막 안건인 미사 성제에 관한 규칙은 제5장에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28) 미사 성제에 관해서, 이 장엄 신비에 참여하는 신자들과 제대 앞의 사제들을 인도하고 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규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사 성제는 미리 정해진 시간에, 그리고 《로마 예식서》에 허락된 예식과 기도문 그리고 예절들을 준수하면서 거행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시노드는 특별히 방인 사제들에게 미사 전례서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부가할 것을 강조하였다. 즉 방인 사제들은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적절한 시기에 미사 성제의 모든 예절과 예식, 기도문을 연습해야 한다.

그런데 미사 성제에 관한 제5장의 규칙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미사 예물에 관해서 매우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대목구 내의 모든 성직자들은 어떤 구실로도 거금의 돈이나 기타 물질적인 부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성직자들의 생계를 위한 용도로 정당하게 규정된 소정의 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허용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절대로 미사 성제를 집전한 대가로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제6장은 시노드의 두 번째 회기의 시작으로서, 고백성사에 할애되어 있다.29) 총 14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체 시노드 교령 가운데 두 번째로 긴 제6장은, 고백성사를 품위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규정들과 신자들에게 고백성사에 관해서 가르칠 때 준수해야 하는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고백성사와 같이 경외할 일을 완수하기 위해 사제들에게 요구되는 자질, 그리고 고해자의 영혼 상태에 따라서 각기 달리 적용되어야 하는 지도 방식 등이다. 시노드는 대목구의 모든 성직자들이 연례적인 사목 방문을 할 때 반드시 모든 신자들에게 고백성사를 베풀어야 하고, 이 직무는 그 자신이 직접 수행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전교회장 등이 대신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다.

또한 제5장의 교령들은 어떤 죄인이라도 회개할 경우에는 고백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천주교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마도 배교한 전력이 있는 신자들의 고백성사일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 시노드 교령은, 회개하는 배교자는 우선 지역 공동체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배교 행위를 번복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고해 신부가 사죄를 해 주어서는 안 되는 조건들에 대해서도 일곱 가지의 규칙을 정하여 상세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한편 제5장에는 고백성사 중에는 미사 사례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들어 있다. 이것은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고해자가 성직 매매를 믿게 되거나, 혹은 많은 사례금을 냄으로써 보다 쉽게 사죄를 받을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제7장은 병자성사에 할애되어 있다.30) 즉 사제들은 병자성사를 집행하도록 신자들을 열성적으로 고무해야 하며, 그들이 병자들에게 어떤 보살핌을 베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천주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죽을 위험에 처해 있을 경우에는 죽음이 임박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마지막 성사를 베풀도록 가르치고 있다. 시노드에서 규정한 병자성사에 관한 규정은 기본적으로 트리엔트 공의회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면서 동시에 중국 선교지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내용들을 진전시키고 있다. 1645년에 이미 중국의 선교사들은 중국에서 여성들에게 병자성사를 베풀 경우에 스캔들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몇 가지 예절을 생략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서 교황청은 중국 여성들에게 병자성사를 베풀 때 죽어 가는 여성의 허리와 다리에 도유하는 예절을 하지 않고 발목에만 도유하면 된다고 허용하였다. 사천성 시노드는 이 선례를 준용하여, 허리에 도유하는 예절을 폐지하였다. 이처럼 시노드 교령 제7장에서는 중국의 관습과 관례를 존중하면서 여성에 대한 도유 의식을 치르도록 세심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엄격하게 규정한 병자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것은 사제뿐이므로, 병자성사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사천 선교지의 교회는 보다 더 많은 수의 사제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제 양성의 문제가 크게 대두하게 되며, 이를 다루는 것이 바로 제8장의 성품성사에 관한 규정이다.

성품성사를 다룬 제8장은 학생들을 신학교에 받아들이고, 또 결국 성직자단에 입회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명시하고 있다.31) 시노드의 교령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주요 조건들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학교에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신학교에서는 가능한 한 라틴어를 정확하게 말하고 쓸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하며, 그 밖에도 기본 신학과 여타 학문들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대목구장은 매년 한 차례 신학생 각각의 진도에 관해서 통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학업 성취도와 더불어 생활 태도와 신앙심, 품행과 성품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또한 사제 지망생들은 출신 대목구에서 선교 활동에 종사해야 하며, 설혹 자신의 대목구 외의 지역 연합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그 대목구로 옮겨가서 활동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신학교의 모든 과정을 이수하였더라도 성품성사를 받기 전에 사제 지망생들은 원칙적으로 1년 정도 선교사에게서 교리 교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담당한 선교사는 다시 지망생에게 시험을 부과하고, 지속적으로 교회의 가르침과 신학에 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1803년 9월 9일에 열린 시노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회기를 종결짓기 전에 뒤프레스 주교는 참석한 신부들이 두 가지 주제에 관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들을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것은 바로 혼인성사를 유효하게 집전하는 것과 선교사들이 자신의 신앙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혼인성사의 문제를 다룬 제9장은 전반적으로 혼인성사에 대한 가르침들, 그리고 보다 특수하게는 중국의 관습에 따라 성년기 이전에 이루어진 약혼에 관련된 어려움들을 다루고 있다.32) 가령 가문 간의 협약에 따라서, 혹은 부모의 의사에 의해서 혼인이 결정되는 중국적인 관습에 대해서 시노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즉 신자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신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하는 것을 예외없이 막아야 하며, 미성년의 어린 자녀들을 약혼시켜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중에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 약혼을 거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제9장에서 열거한 혼인성사에 관한 조건으로는 신자와 비신자의 혼인을 반대해야 하며, 만약 그런 경우에 신자측 자녀들의 타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들어 있다. 또한 시노드의 교령은 선교사들에게 혼인 관면에 관하여 세심하고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식의 상이성에서 기인하는 장애의 경우에 더욱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말하자면 선교사들은 특수한 개별 사례들에 있어 그 자신이 직접 연구하지 않았거나 혼인 관면을 주어야 할 합당한 사유를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 관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시노드의 교령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제10장이다.33) 이 장은 37개 조항 29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선교사들의 개인적인 활동 규칙들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시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과 선교지에서의 구체적인 세부 지침을 알기 위해서는 제10장을 상세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제10장은 사천 선교지에서 쌓은 선행의 경험들로부터 착상을 얻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 장은 중국의 선교지들에 대해 특별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이 장에서는 선교사의 삶을 기도의 삶, 피정과 내적 고요의 삶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열 번째 교령은 선교사들에게 연례적인 피정과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성찰을 자주 행할 것, 그리고 신비주의 신학자들이 성스러운 삶에 이르기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 여러 방법들을 행할 것을 명하고 있다.

또한 이 교령은 선교사들이 신자들, 특히 주로 여신자들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태도가 필수적이라는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검소한 음식과 의복, 청빈에 대한 사랑, 그리고 모든 교우들에 대해 올바르고 부성애적인 공평함을 베풀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관할 지방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든 여타의 다른 상황에서든 항상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사목 방문을 행할 때 성직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푸짐한 상을 차릴 수 있는 부잣집을 선호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20명 이상이 모이는 곳에만 가야 하며, 교우들을 너무 엄하게 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교우들이 신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도록 그들을 사랑과 인내로 대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시노드는 선교사들이 교회의 견책 수단으로 교우들을 때리는 것, 회개하는 교우들에게 공개적인 고백을 강요하는 것, 대목구장의 허가 없이 벌금을 부과하는 것 등을 금지하였으며, 선교사와 방인 사제 모두에게 세속적인 거래를 금지하였다. 사목 방문을 할 때 선교사는 교우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며, 정 필요한 경우라면 그저 주는 편을 택해야 한다. 사목적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선교사들은 공동체의 영적 상태에 마음을 써야 하며, 그들 영혼의 유익을 위해 골몰해야지 자기 자신의 유익이나 개인적 명망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또한 본질적으로 사도적 임무는 신앙의 전파인 만큼, 시노드는 선교사들이 타종교자나 무신앙자들과 대화를 나눌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육성하도록 권면하고 있다. 관습적인 성격을 지닌 중국의 민중 축제를 고무하는 것은 허용하였지만 음력이나 양력 설날에 조상의 혼령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금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들이 초대한 사람들을 위해서 차린 것이거나 가족들이 먹고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허용되었다. 이런 경우라면 교우들도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며, 심지어 그 음식물이 외교인들에 의해서 준비되었거나 음식물의 일부가 우상에게 바쳐진 것임에 틀림없을지라도 상관없다.

제10장의 마지막 두 문단은 시노드 교령의 실행에 대한 지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선교사들이 매년 대목구장에게 자신이 맡은 공동체에 대해서 보고를 할 때에는 시노드 교령에서 차용한 22개 항으로 된 질문서에 응답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교우들과 사목 지역을 순회 방문하기에 앞서 사제들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시노드 교령 전체를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

4. 사천성 시노드의 의의와 영향

뒤프레스 주교는 시노드가 종결된 후에 교령 사본을 로마로 보냈다. 이 교령을 심사하기 위한 위원회가 1805년 1월 27일부터 열렸으나 교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 엇갈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809~ 1810년에 교황청은 유럽의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교황이 납치당하고 추기경들이 감금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사천성 시노드에 대한 안건은 즉각 처리되지 못하고 유예되었다.34) 그 후 나폴레옹이 실각하고 교황이 로마로 돌아온 1814년에야 심사가 재개되었다. 하지만 전임 심사관들 대부분이 사망한 뒤였기 때문에 극동 지역의 선교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심사관에 임명되었다. 찬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그 중재를 맡게 된 카펠라리(Cappellari) 주교의 노력 덕분에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들은 교황청의 인가를 받게 되었다.35)

1822년 6월 29일 포교성성 장관 콘살비(Consalvi) 추기경은 뒤프레스 주교36)의 후임으로 사천성 대목구를 맡고 있던 시니트 명의의 폰타나(Fontana) 주교에게 서한을 보내어 몇 가지 수정 사항37)을 지시한 다음에 이 교령을 인가하였다. 그런 연후에 포교성성은 뒤프레스의 전임 주교였던 생마르탱 주교가 1793년 9월 1일에 작성하였던 사목 서한을 첨부하여 이 교령을 《사천성 시노드》라는 이름으로 출판하도록 하였다. 포교성성은 그 후로도 몇 차례에 걸쳐 이 교령을 출판하였고, 또 각자의 직분에 맞추어서 따라야 할 가장 훌륭한 행동 규칙으로써 중국의 선교사들에게 제시하였다.38) 이 때문에 교회사가 아드리앵 로네는 《사천성 시노드》가 1664년에 작성된 《모니타》 이래로 가장 완벽하고 정확한 것이었다고 평가하였다.39)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은 1841년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 의해서 중국의 사천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모든 성직자와 선교사들이 반드시 지켜야 될 규범으로 선포되었다.40) 그러므로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사 집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지침들, 성직자와 선교사들의 사목 지침과 행위에 관한 규범들은 19세기 동아시아 지역의 천주교회에서 필수적인 가르침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천성 시노드가 19세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천주교회에 미친 영향은 보다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7세기 이래로 천주교회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하였고, 사천성 시노드가 제정한 몇몇 교령들은 천주교회의 동아시아 선교 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① 중국어 전례 문제, ② 미사 경본 및 교리서의 한문 번역 문제, ③ 방인 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교의 교육 방식 문제 등이었다. 이 문제들은 1643년부터 1742년까지 진행된 중국 의례 논쟁의 와중이나, 논쟁 종결 이후에도 계속해서 논쟁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먼저 첫 번째 문제와 두 번째 문제는 1615년 6월 27일에 반포된 바오로 5세 특전과 관련된다. 바오로 5세는 교서 《Romanae Sedis Antistes》를 통하여 중국 선교지에 몇 가지 특전을 부여하였다. 그 가운데에는 성서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것과, 중국인 사제들의 미사 성제 거행, 성무 일과서 낭독, 성사 거행 시 중국어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알렉산데르 7세가 1659년 9월 9일에 반포한 칙서 《Super Cathe-dram Principis Apostolorum》를 통해서 중국 선교지에서 방인 사제 지망생이 라틴어를 능숙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읽을 수만 있다면 사제로 서품할 수 있다는 특전을 내린 바 있었다. 이 두 가지 특전은 주로 예수회의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데르 7세는 특히 중국 의례에 대해 관용적인 조치를 내렸던 교황으로, 예수회의 주장을 많이 수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므로 이 두 특전은 동아시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천주교회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방안들을 제시하였던 셈이다. 또한 방인 사제를 양성할 때 라틴어 교육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유연한 대책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교황 특전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포교성성과 중국 내 각 선교지의 주교들 및 선교사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즉 성서를 한역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있었으며, 더 중요하게는 박해 때문에 중국 본토에 신학교를 설립하여 방인 사제들을 양성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나이가 좀 있고 라틴어는 잘 몰라도 학식이 있고 주변에서 존경을 받는 가문 출신의 후보자들에게 서품을 주어 선교 활동을 원활하게 하자는 주장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와중에 사천성 시노드는 신학교 교육과 방인 사제 육성에 관한 일반적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었으며, 교황청에 의해서 시노드의 교령이 동아시아 교회가 준수해야 하는 일반 원칙으로 규정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에 천주교회를 뿌리내리기 위한 선교 정책상의 다양한 논쟁들을 마무리지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사천성 시노드가 지니고 있는 구체적인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이 동아시아 지역 교회의 일반 원칙으로 확정됨으로써 《로마 예식서》에 허락된 예절과 기도문, 예식만을 사용하도록 하여 중국어와 같은 지역 언어로 천주교 전례를 행하는 관습은 금지되었으며, 미사 경본이나 기도서의 번역도 엄격하게 통제받게 되었고, 성소를 받은 14세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라틴어로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방인 사제 양성의 원칙으로 정해졌다.

동아시아 지역 교회의 작은 일원으로 성립된 조선의 천주교회 역시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즉 베르뇌(Berneux) 주교는 1857년 3월 25일 다블뤼(Daveluy) 신부를 조선 대목구 부주교로 성성한 다음날부터 3일 동안 시노드를 개최하여, 몇 가지 수정 사항을 제외하고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을 거의 그대로 조선 대목구에서의 선교사 활동 지침으로 채택하였다. 이 사실은 베르뇌 주교가 당시 홍콩에 있던 파리 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의 루세이(Rouseille) 신부에게 보낸 1858년 7월 19일자 서한에서 확인된다.41)

하지만 사천성 시노드를 조선 대목구의 공식적인 지침서로 선언한 베르뇌 주교에 앞서 제2대 조선 대목구장을 역임하였던 앵베르(Imbert) 주교의 경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사천성 시노드가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인가된 지 3년 뒤인 1825년부터 12년 동안, 사천성 대목구에 소속되어 선교 활동을 벌인 바 있다. 게다가 그는 1830년에 티베트와 사천성의 접경 지대인 모팽(Moping)에서 신학교를 세우고 6년 동안 신학생 교육에 종사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앵베르 주교가 사천성 대목구에서 활동하면서 익힌 사목 방침은 당시 파리 외방전교회의 일반적인 선교 지침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조선에 입국한 최초의 대목구장으로서 앵베르 주교가 활동한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였지만 그의 사목 활동이 조선 천주교회의 초기 역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던 만큼, 그의 활동과 방침이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해명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앵베르 주교는 조선에 들어와서 죽을 위험에 처한 외교인 자녀들에게 대세를 주는 것을 조선인 교우들에게 권장하였으며42), 한문 기도서를 번역하였다. 그리고 그는 만주 지역에 조선인 신학생들만을 위한 신학교를 건립할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43) 이러한 활동들이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을 준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교령의 가르침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는지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박해기에 조선 천주교회를 이끌었던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사천성 시노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들의 구체적인 활동 방침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리라고 본다.

5. 남은 문제들

이상에서 우리는 1803년 사천성 대목구장이자 파리 외방전교회 회원이었던 뒤프레스 주교가 주재한, 중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시노드였던 사천성 시노드가 동아시아 천주교회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의의를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천주교회가 동아시아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로마 교회의 가르침과 선교 지역의 문화적 전통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사천성 시노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본론에서 전개한 논의를 대략적으로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천성 시노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예비적인 이해를 위해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에 관해서 개괄하였다. 당시 중국의 사천성과 귀주성, 운남성 그리고 통킹과 시암 지역을 관할하던 파리 외방전교회의 일반적인 선교 방침이 어떤 토대 위에 구축되었는지를 이해해야만 사천성 시노드가 지닌 교회 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을 정확하게 보여 주는 자료로 선택한 것은 ① 1658년 파리 외방전교회가 창립될 당시에 교황청 포교성성에서 내렸던 훈령, ② 1664년 시암 지역에 도착한 창립자 팔뤼 주교와 랑베르 주교 등이 시노드를 개최하여 결정한 선교사 활동 지침서 《모니타》, ③ 1700년에 처음으로 제정된 파리 외방전교회 회칙 등이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을 살펴봄으로써, 17세기 이래로 천주교 선교사들의 의식 속에는 동아시아 선교 지역의 토착적인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려는 태도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이를 배척하려는 태도가 교차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 방침을 고찰한 뒤 1803년 9월에 시작된 사천성 시노드의 개최 경위와 진행 과정, 그리고 구체적인 결정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시노드의 결정 사항을 교령으로 확정한 문서인 《사천성 시노드》에 실린 제1장부터 제10장까지의 규정들과 세부 조항들을 통해서 당시 중국 천주교회 내에서는 어떠한 사안들이 문제로 제기되었으며, 이에 대해서 주교와 대목구 소속의 사제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은 시노드가 열린 지 약 40년 뒤인 1841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 의해서 동아시아 지역의 모든 성직자들과 선교사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으로 선포되었음을 감안한다면, 19세기 중국을 비롯한 조선과 만주 및 통킹 지역의 천주교회가 준수하였던 일반적인 원칙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1831년에 대목구로 독립하였으며 1836년부터 프랑스 선교사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조선 천주교회 역시, 사천성 시노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천성 시노드가 19세기 조선 천주교회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들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자들에 의한 검토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 글은 새로운 연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사천성 시노드와 관련지어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 19세기 조선 천주교회의 단편적인 사실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모방(Maubant) 신부에 앞서 조선에 입국하였다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간 중국인 사제 유방제(劉方濟, 파치피코, 본명 余恒德) 신부는 나폴리 성가정 신학교 출신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신학교는 사제직 수행을 위한 중국어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하여 1732년에 설립된 포교성성 직할 신학교였다.44) 중국 내륙에서는 신학생들의 체계적인 교육이 어려우므로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어 교육을 시키고 서품을 준 다음 중국으로 돌아와서 활동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게다가 1732년이라는 설립 시점으로 미루어 볼 때, 나폴리 신학교는 방인 사제 양성을 위해서는 중국어로 전례를 거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예수회의 주장과 이를 수용한 1615년의 바오로 5세 특전을 무력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었다. 유방제 신부는 이런 나폴리 신학교에서 7년 동안 신학, 수사학, 철학 등을 공부하였다. 그런데도 모방 신부는 유방제 신부가 라틴어를 거의 할 줄 모른다고 힐난하면서 성직 수행에 장애가 있다고 주장하여45), 상당히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유방제 신부의 성직 수행 능력에 대한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문제와 더불어 모방 신부와 유방제 신부 사이에 존재하였던 불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모방 신부와 유방제 신부의 갈등에 관해서는 당시 중국 천주교회의 선교 상황이나 포교성성의 중국 선교 방침과 관련지어 재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앵베르 주교는 조선에 입국한 직후부터 정하상(丁夏祥, 바오로)을 비롯한 3명의 신자들에게 적절한 교육 과정을 거치게 하여 사제품을 주려고 계획했던 적이 있다. 앵베르 주교는 이 계획이 파리 외방전교회 창립자 가운데 1명인 베리트 명의의 랑베르 주교의 본을 따라서 시도한 일이라고 언급하였다.46) 그런데 랑베르 주교가 1668년 통킹에서 2명의 전교회장을 사제로 서품한 것은 앞서 언급한 알렉산데르 7세 특전에 근거를 둔 일이었다. 뒤프레스 주교 역시 1814년 중국인 신학생을 알렉산데르 7세 특전에 의거하여 서품하였는데, 이것이 중국 천주교회에서 알렉산데르 7세 특전을 사용한 마지막 사례였다.47) 앵베르 주교가 정말 랑베르 주교와 뒤프레스 주교의 선례를 염두에 두고 정하상 등을 사제로 서품하려는 것이었다면, 사실상 알렉산데르 7세 특전의 사용을 금지한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

셋째, 페레올(Ferr�ol) 주교 사후에 메스트르(Maistre) 신부와 다블뤼 신부 사이에서 신학생 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약간의 불화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신학생들을 페낭으로 보내자는 메스트르 신부의 결정에 대해서 다블뤼 신부는 매우 안타까워하였다. 왜냐하면 다블뤼 신부는 당시 홍콩에 있던 극동 대표부48)에서 교육시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다블뤼 신부의 서한에 따르면 이것은 조선인 성직자 양성 과정에는 한문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데서 연유한다.49) 그런데 당시 페낭 신학교는 라틴어 교육이 가장 철저한 곳이었다고 한다.50) 그렇다면 메스트르 신부와 다블뤼 신부는 조선인 성직자 양성 문제에 관해서 엇갈린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당시 조선과 중국, 홍콩, 통킹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거나, 신학생들을 완전히 유럽식으로 교육시키던 페낭 신학교의 운영 방침을 선호하는 선교사들과 이에 반대하는 선교사들이 갈라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넷째, 베르뇌 주교는 1841년에 통킹으로 배속되었다가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고 1843년에 방면되어 1844년부터 1854년까지 만주에서 활동하고, 1855년에 조선에 입국하였다. 그의 사목 지침에 따라 푸르티에(Pourthi? 신부가 배론 신학교의 학장으로 부임하였다. 배론 신학교의 교육 과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857년 무렵 배론 신학교의 라틴어 과정에 4명의 학생이 있고, 다른 두 곳의 학교에 개설된 한문 과정에 10명이 있었다고 한다.51) 신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려는 계획은 메스트르 신부와 다블뤼 신부 사이의 불화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배론 신학교는 1860년 경신박해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1861년 페낭 유학생 출신인 이만돌(바울리노)이 귀국하여 편입하고, 그해 말에 프티니콜라(Petitnicolas) 신부가 새로 부임하면서 새롭게 재편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1863년부터는 배론 신학교의 교육 과정 가운데에는 한문 과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고,(*3) 라틴어 과정과 신학 과정을 공부하는 조선인 신학생들에 대한 언급만 나타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방인 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교 교육에서 지역 문화와 언어, 특히 한문 소양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되기 시작한 것을 말해 주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현상은 사천성 시노드의 교령이 우여곡절 끝에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조선 천주교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전면적으로 관철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보여 주는가? 이상의 문제들과 의문점들에 대한 해명은 향후의 연구 과제로 남기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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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시자 주: 1853년과 그 이후에 중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예수회 소속의 신부님들이 남긴 한문본 천주교 문헌들을 학습하는 데에 필수적인 한문 공부를 1863년부터 배론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았다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A)은, 예를 들어, 다음의 주소에 접속하면 읽을 수 있는, 우리나라 신앙의 초기 선조들이 바쳤던 "성호경" 기도문이, 요즈음 우리가 바치는 "성호경" 기도문이 아니라, 요즈음 우리가 바치는 "성호경" 기도문이 그 후반부를 구성하는, 소위 말하는, "대성호경"이었음을 요즈음의 우리나라의 천주교 신자들[주: 여기에는 성직자들과 수도자들도 포함됨]이 아무도 모르게 된 문제 등과 같은, 우리나라 조선의 초기 천주교회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무지(ignorance)에 기인하는 단절/몰이해/왜곡이 장차 발생할 것임을 이미 그 당시에 의미하였는데, 그러한 역사적 사실(A)이 발생한 시점이 1863년인 것은 우리말 기도서 "천주성교공과"가 초판된 시점이 1862년인 역사적 사실(B)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http://ch.catholic.or.kr/pundang/4/soh/1960.htm <----- 필독 권고

[제목: 애초에 한문문화권에 전달된 성호경은, 요즈음의 (소)성호경이 포함된, 대성호경大聖號經 이었고, 이 대성호경 과 그 해설의 최초 출처 문헌은 1600년에 저술된 방자유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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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 파리 외방전교회, 사천성 시노드, 중국 천주교회, 선교사

투고일 : 2005. 5. 20 심사 시작일 : 2005. 5. 23 심사 완료일 : 2005. 6. 8

ABSTRACT

A Study on the Synodus Sutchuensis in 1803

Cho, Hyeon-Beom
Hanshin University

When we research into the history of korean catholic church in the persecution period, we are faced with various difficulties ; one of them is a limitation of the usable documents. From that reason, it could be hard to verify on which kind of policy the french catholic missionaries who governed korean catholic church worked. If we would treat the missionary policy of french priests in Korea, it needs to investigate not only the pastoral activities of french personages, but also the basic missionary policy of the la Soci�t?des Missions-Etrang�res de Paris (the MEP) and its operations in all the East Asian local churches. Particularly the study about the facts subject to the history of Chinese catholic church is much important, because some french priests in Korea had worked in China in their former curriculum vitae. In tracing the missionary policy on the basis of which the MEP have acted in the East Asian area, we found the fact that an apostolic vicar who was called Mgr Dufresse, member of the MEP, held a synod at Chung Ching of Sutchuan in 1803. It was the first synod in the history of Chinese catholic church. Of course, this synod named by Synodus Sutchuensis was an affair belonged to the Chinese catholic church. But it is also significant both to Korean catholic church and to the whole history of the missionary activities of the MEP in Eastern Asia.
This article treated why the synod of Sutchuan was held in 1803, what kinds of agenda it decided, and the significations that the synod occupied in the East Asian catholic churches. Above all, as a preliminary work, we examined the missionary policy of the MEP since its establishment. Then the latter half of this article analysed the circumstances before and after the synod, its process, the decisions. And it gave light upon what was the meaning of the decrees in reference to the history of Chinese and East Asian catholic church. In the conclusion, we suggested some problems for further studies by presenting some issues with regard to the korean catholic church in 19th century.

Key word : the MEP, Synodus Sutchuensis, Chinese catholicism, mission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