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미동북부 성령대회를 다녀와서
민 멜라니오


일년에 한 번 맞는 성령가족들의 대 잔치인 미 동북부 성령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좋았었냐고요?  당근입니다.  이번에는 시라큐스 식구 11명 외에 워터타운 네 분과 개신교 신자인 성 스텔라 친구 분, 그리고 학생모임에서 이 주호 베드로형제, 그리고 대회 기간 이틀 동안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모든 일정을 어른들과 함께 따라한 우리의 귀염둥이 크리스티나가 있어  더욱 즐거운 잔치가 될 수 있었답니다.
 7월 26일(토),  세실리아 자매님 댁에서 새벽 3시 반에 모였으나 늦장꾸러기인 제가 도착하질 않아 모두들 무단히 기다리시다가 드디어 4시 반이 되서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워터타운 분들이 조금 늦게 오지 않을까 싶어 조금만 더 자자 한 건데 오히려 그분들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죄송했답니다.  

기름을 넣고 쏜살같이 달려서, 교통 경찰들의 눈을 잠시 멀게 해주신 주님의 덕분으로 겨우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장 안으로 들어서니 무엇보다 먼저 달라진 것이 찬양 팀의 모습이었습니다.  매년 수고를 해주시던 벨라뎃다 자매님께서 서부지역으로 가셨기에 이번에는 중창단을 구성하였답니다.  키보드 3대, 기타 3대, 그리고 남녀 보컬이 6명.  인원이 많을 수록 연습을 그만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기대에 넘치게 매끄러운 화음을 들려주었답니다.  모두들 소화 데레사씨한데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들어가며 연습을 했을까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또한 대형 스크린을 마련하여 성가집을 손에 들지 않고서도 찬양을 할 수 있어 한결 더 좋았습니다.  지난 3번의 성령대회 때 처럼 기타를 매고 무대 위에 서 있는 제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그것이 제 오랜 꿈이었는데 올해는 어쩐지 무대 위에 있는 제 모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께서 제 처지와 주제를 깨닫게 해주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서라도 철이 든 제가 조금은 기특했습니다.  접수를 도와주기로 한 수산나를 태우고 일찍 떠난 선발대원인 말타자매와 베드로형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조금 늦게 도착한 연유로 선발대가 우리를 위해 잡아놓은 자리를 차마 끝까지 지키지 못해 일행 중 몇몇은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수 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식구가 거의 모두 한 줄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자리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여주신 말타 자매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워터타운 식구들을 모시고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세실리아 자매님도 같은 이유로 이층으로 올라오셨습니다.

임문수 회장님께서 성령대회 개회를 선언하실 때 먼 지역에서 참석하신 봉사자분들을 소개하셨는데 갑자기 시라큐스에서 온 사람들도 무대 위로 올라 오라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들 어리둥절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무대 위로 오르지 않았지만 박용일 신부님께서 매년 꾸준히 참석하는 저희들이 기특해 모든 사람에게 소개시켜주시고자 한 것임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가끔씩 이지만 처음 참석하신 데끌라 자매님, 베드로 형제님, 그리고 3년 전 참석해서 어찌 된 것인지 3일 내내 졸기만 하셨던 어느 자매님의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잘 따라 해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3년 전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뒤편에 앉으셔서 제 모습을 지켜보셨을 때도 그런 기분이 드셨을까 궁금했답니다.  

신문에 미리 발표된 이번 대회 일정표에 드그란디스 신부님 한 분만이 강사로 나와있었지만 솔직히 그 신부님 혼자서 모든 강의를 다 하시리라고 생각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성령대회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일정표를 보니 강의 5개를 모두 그분 혼자서 하시며 강의 내용도 온통 치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성령대회에서 찬미도 좋았지만 여러 강사님들이 해주시는 강의 또한 그 못지 않게 좋았기에 성령대회 기간 오직 치유에 대한 것만 다룬다는 것이 조금은 염려가 되었습니다.  불만스러웠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 참석한 분들에게 성령대회가 오직 신체적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대회로 비쳐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염려스러웠던 것인데 저보다 훨씬 훌륭하고 성령 충만하신 분들이 계획하신 것임을 생각하고는 모든 걱정을 접어두었습니다.  실제로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졸지 않고 모든 강의를 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만...

처음 뵙는 드그란디스신부님은 저보다 머리숱이 조금 적지만 치유의 능력으로 충만하신 분이셨습니다.  제 머리도 성령의 충만하심으로 빠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 강의를 졸음을 쫓는 이야기로 시작하시는데 몇몇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어 우리 웹페이지에 적어놓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혹시 우스운 이야기만 기억하고 진작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항상 걱정만 하는 저는 도대체 어찌된 놈인지 실로 제 자신이 걱정되었답니다.  신부님의 강의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다섯 가지의 치유 중 신체적인 치유가 가장 낮은 단계의 치유이며 영적 치유가 가장 높은, 귀중한 치유라는 것입니다.  초기 성령쇄신운동이 신체적인 치유에만 매달렸기에 오히려 많은 신자들로부터 성령 운동에 대한 반감을 사게 된 이유가 되었답니다.  실제로 우리 공동체에도 그런 신자 분이 계시거든요.  그분을 성령 세미나에 모시고 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바램 중 하나인데 저의 기도가 모자란 탓에, 제가 부족한 탓에 아직도 그분의 성령쇄신운동에 대한 나쁜 인상을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분에게 성령운동이 나쁜 것이 아니고 무지 좋은 것임을 알려드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성령 운동을 통해 그분의 힘든 것을 덜어드리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만 ...

신체적 치유가 모든 치유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치유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치유되는 것을 직접 목격함으로써 저희에 대한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은 커다란 은혜였습니다.  저희 공동체를 찾아주셨던 다리가 불편하신 가브리엘 형제님도 치유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셨습니다. 그분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원하며 기도를 할 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분을 알기에 그분의 고통을 알기에, 그분이 낫게 되기를, 아니 단지 통증을 없애주시길, 아니면 적어도 그 고통의 의미와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길 진심으로 바랬을 때 주님은 제게 눈물을 흘리게 해주셨습니다. 그 눈물은 제 자신 감정의 메마름도 치유됨을 의미하기에 주님의 크신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텔라 또한 가브리엘 형제님을 위해 기도할 때만 눈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눈물 많은 수산나도 분명 그랬을 것이고요.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아는, 소중한 사람의 고통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만 모든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는 우리 주님의 사랑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일까요...

첫날 대회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조그마한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작년 시몬형제님 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셈이었습니다.  우연히 작년에 머물었던 바로 그 호텔에 머물게 되었기에 혹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었지만 역시 우리의 꼼꼼맨이신 고회장님이 무사히 잘 찾아오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모두들 무척 피곤했지만 그냥 잘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가운데 방에 모여서 자기 소개 간단히 하고, 소감 간단히 이야기하고 마침 기도로 주모송을 바쳤답니다.  강행군에 무척 들 피곤했을 터인데 표정들은 한결 밝아져 있었습니다.  접수를 도와준 수산나도 표정이 너무 밝아 있었습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럴 때 한프란치코 형제님이나 크리스티나 자매님이 계셨다면 모두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셨을 텐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두 분 중 한 분만이라도 납치를 해서라도 꼭 모셔와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성령세미나는 커녕 성령대회도 이번이 처음이신 자매분께서 방언이 터지셨다고 해서 깜짝 놀랬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번 성령대회를 통해서 처음 방언이 터지셨다고...  알렐루야.  

남의 방언이 우습다고 웃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찔리는 사람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방언은 성령께서 우리 몸을 빌려서 하시는 것입니다.  남의 방언이 우습다고 웃으면 성령님한테 깔깔 웃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제가 듣기에도 거북하고 우스운 방언이 있기는 합니다.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일 수록, 한이 많이 맺힌 분일 수록 방언이 거칠게 시작된다고 합니다.  거친 방언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분을 위해 더 많은 기도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거친 방언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음날 아침이 왔습니다.  모두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씻고 말리고 찍어 바르고 더 예쁜 모습으로 변해 호텔을 나왔습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 우리를 모두 깨워서 준비시키셨던 고회장님께 정작 출발할 때가 되니 졸음이 온다고 하셨습니다.  족히 30분은 꿀 같은 단잠을 더 잘 수가 있었는데 하고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하지만 그 덕분에 성령대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많은 자리가 텅텅 비었습니다.  말타자매님이 잡아놓으신 자리 외에도 가운데 좋은 자리들이 한 줄로 죽 비어있어서 우리 모두 한 뭉텅이로 같이 앉을 생각에 흐뭇했는데 순간 믿고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각자 통로에 접한 끝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잠시 마음이 불편했지만 3년 전 성령대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모두들 저를 통로 쪽 자리에 앉히려고 애를 쓰신 것 말입니다.  그 좋은 자리를,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를 저에게 주셨던 그 분들의 사랑에 대한 기억이 제 불편한 마음을 감싸안음을 느꼈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은 그분들의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조금 더 편하고자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을 책망할게 아니라 내 스스로 그들에게 통로 자리를 마련해주고 다녔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 몇몇과 만만한 안나 자매님을 끌고 오다 시피해 같은 줄에 앉혀놓았으니 제 고집도 참 대단합니다.  지금 제가 누구누구가 어찌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하고 싶었던 제 심정을 밝히는 것이니 모두들 정말 오해 없이 제 모자란 마음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참, 첫날 반가운 신부님이 강단에 올라오셨습니다.  다른 분이 아닌 우리의 정 광호 신부님께서 미주 한인 사제국 총무의 자격으로 9월 20일에 있을 한국신자의 날 행사에 대한 홍보 차 오셨던 것입니다.  역시 말씀 잘하시더군요.  좀 오래 계실 것으로 생각돼 바로 찾아가 인사드리지 않았었는데 10분 동안의 말씀 후 바로 대회장을 떠나신 것 같았습니다.  정신부님을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시는 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점심 식사 후의 일입니다.  아무리 잠을 자지 못했어도 성령 세미나나 대회 중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강의 도중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저를 발견한 것입니다.  뒤편에 따로 앉아있던 워터타운 식구들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는데 신부님이 눈을 감고 기도문을 들으라 할 때면 영락없이 졸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더더욱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졸고 있었으니 은혜가 내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신부님이 관절이 아픈 사람이 낫고 있다고 할 때 테니스 치다 다친 팔꿈치가 혹시 나았나 싶어 확인해보는 제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던지.  그러나 주님은 너무나 자비하신 분입니다.  신부님께서 졸고있는 사람에게도 치유가 일어난다고 하셨는데,  80Kg, 어떤 때는 특히 기도모임이 있고 나면 그보다 더 나가는 뚱뚱한 몸으로 총각들 보다 더 열심히 테니스를 쳐대는 바람에 아침에 일어날 때면 항상 발목과 무릎이 불편해 통증을 느꼈었는데 성령대회를 다녀온 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정말 거짓말 같이 그 통증 없이 가뿐하게 일어난 것입니다.  너무 상쾌해 학교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신부님께서 치유는 찬미와 용서, 그리고 성체성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미사는 회개의 미사이며 동시에 치유의 미사입니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 해 영적으로만이 아닌 육체적으로도 일치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가톨릭은 진정 주님이 보시기에 합당한 기독교라고 임문수 회장님께서 마무리를 함으로써 2003년도 성령대회가 끝났습니다.  제 욕심으로는 개인적으로 아는 신부님들과 여러 봉사자들한테 일일이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저희보다 더 멀리서 오신 분들 생각에 부랴부랴 길을 떠났습니다.  저녁을 먹기로 한 곳에 다가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이 그냥 시라큐스까지 가자고 하셨지만 제법 굵은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나무 밑은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아 저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냥 간단히 햄버거로 해결하면 됐지 음식을 이렇게 많이 해왔냐고 하던 분도 아주 맛있게 저녁을 드셨습니다.  반찬을 준비해주신 자매님들께 진심 감사를 드립니다.  자매님 안 계신 우리 공동체는 앙꼬없는 찐빵이에요.  사랑해요...

말로 하라고 하면 길게 하지도 못하고 버벅거리는 주제에 글을 쓰라고 하면 수다쟁이가 되는군요.  이제 간단하게 이야기를 마무리짓겠습니다.  이번 성령대회를 아무 탈 없이 은총 속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시라큐스에 머물러 있으며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신 아네스 자매님과 다른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분명 불편한 게 많으셨을 터인데 아무 불평 없이 협조를 해주신 참가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차를 내주신 이호중 집사님과 말타자매님, 그리고 워터타운 안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를 믿고 운전대를 맡겨주신 워터타운 식구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워터타운 식구들이 저희 공동체에 선듯 가까이 오지 못하는 이유도 어렴푸시 알 수 있었습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그란디스 신부님께 크리스티나를 위해 안수를 해주십사 하고 부탁드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수없이 많은 분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성령대회를 찾는 것을 알기에 욕심을 부려 그 신부님께 부탁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단순히 저희를 치유를 해주시는 것보다 치유의 은사를 우리 스스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으니,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스스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의 대부분이 성령체험을 하신 분들이며 성령의 은사를 받으신 분들입니다.  주님께 받은 성령의 은사를 썩히지 않고 남을 위해 활용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게을리 하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바로 저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바로 실천해야할 때임을 깨닫고 왔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저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님을 아시는 주님께서 우리 공동체가 같은 길을 바라보고 있게 해주시길 소원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시라큐스 공동체 식구들을 사랑합니다.  

2003년 7월 28일  민 병우 멜라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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