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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과 성지 순례 및 피정

1. 성지 순례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요한 12,24-25)

하느님과 관계된 성스러운 땅,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남아 있는 성지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할 때 좀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순례를 통해 자신을 정화(淨化)하고 하느님을 자기 생활의 중심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지혜를 순교자를 비롯한 신앙의 선조들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성지 순례란?
하느님과 관련된 성스러운 땅,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성지(聖地)라 하고, 이러한 곳을 방문하여 예배드리는 경신(敬神)행위를 성지 순례(巡禮)라고 합니다.

2) 성지 순례의 기원은?
성지순례의 기원은 유다교에서 과월절(過越節), 오순절(五旬節), 초막절(草幕節)에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자신들이 수확한 곡식을 바치던 데에서 비롯됩니다. 그리스도교 시대에 들어와서는 하느님께 대한 흠숭의 의미뿐 아니라 회개, 성인에 대한 존경, 영신적인 은혜를 받기 위한 행위 등으로 순례의 의미가 확대되었습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던 팔레스티나 지방으로 순례하였으나, 나중에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로마에도 순례자들이 발길이 닿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또는 여럿이 걸어서 성지를 찾았는데, 점차 공동체적인 성격을 띠게 됩니다. 성지 순례가 교회 안에 일반화되면서 전례에 영향을 주었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현대에는 팔레스티나와 로마 외에도 루르드, 파티마, 과달루페, 바뇌 등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도 순례의 장소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박해 시대 때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한 장소, 순교자의 묘소, 순교 성인이 탄생한 곳, 초기 교회 공동체의 신앙의 요람지(搖籃地)등이 성지로 지정돼 있어 많은 이들이 순례하고 있습니다.

3) 성지 순례의 목적
누구든지 일상에 파묻혀 숨가쁘게 살다 보면 자기 개인의 신앙 생활은 물론,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도 꾸준히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에게 하느님과 나의 관계처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하느님과 자신의 멀어진 관계를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내적인 삶을 하느님 안에서 다시 살펴보는 가운데 흐트러진 신앙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또는 일을 새로 시작할 때, 잠시 복잡한 일상을 떠나 조용히 성지를 순례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관계된 성스러운 땅,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남아 있는 성지를 찾아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할 때, 좀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 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순례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하느님을 자기 생활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가는 지혜를 순교자를 비롯한 신앙의 선조들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성지 순례에 임하는 태도
언뜻 성지 순례라 하면, 성지를 찾아가 참배하고 해당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전부라고 잘못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순례를 다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신앙인의 삶이란 결국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데 있다면, 이와 같은 신심 행위는 나의 삶이 변화되어 예수님의 참된 제자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지와 인격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선조들의 삶은 우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의 눈을 뜨고 침묵 속에 조용히 귀기울이면 얼마든지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을 믿고 따르다 마침내 목숨마저 바친 순교 성인들의 삶을 배우며, 본받으려는 결심을 세우고, 그분들의 도움을 빌며 돌아올 수 있다면 순례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을것입니다.

5) 한국의 주요 성지
우리 나라는 선교사의 선교 노력으로 복음이 전파된 다른 나라와는 달리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나라입니다. 그뿐 아니라 모진 박해를 딛고 일어나 복음의 뿌리를 깊숙이 내린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박해의 피로 모든 생생한 순교 현장들과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가 깃든 장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팔레스티나 지방이나 로마 등지를 순례하기 전에 먼저 우리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일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1)순교지
성지 가운데 순교지로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등 주로 주교와 신부들이 처형된 장소인 새남터, 44인의 성인과 많은 순교자를 탄생시킨 한국 최대의 순교 기념지인 서소문 밖 네거리, 100년 박해 중 가장 혹독했던 병인 박해동안 1만 명 이상의 교우들의 목이 잘린 절두산,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들을 성인품에 오르게 했던 당고개(서울 용산), 기해 박해와 병인박해 때 수많은 교우들이 순교한 남한산성, 생매장으로 순교한 교우들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사람만도 24명이나 되는 죽산, 최인서(요한)와 6명의 교우들이 순교한 갑곶돈대(경기 강화), 김필립보 등이 처형당한 남양,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짐진후(金震厚, 비오) 등 2,000명이 넘는 교우들이 태형(笞刑), 자리개질, 생매장으로 순교한 해미, 병인 박해 때 다블뤼 주교 등이 처형당한 갈매못(충남 보령),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 248위 외에도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처형된 황새바위(공주), 이름이 알려져 오는 분만도 123명이나 되는 순교지인 홍성, 잔혹한 백지사(白紙死)로 많은 이들이 순교한 여산, 1801년 유향검 가족이 처음으로 처형되면서 순교자의 피가 마르지 않은 숲정이(전주), 호남의 사도 유향검과 교회의 지도급 인물들이 처형된 풍남문(전주), 형구돌로 순교한 김요셉 등의 교우들이 처형된 장소인 연풍, 이윤일(요한) 등 55명의 순교자를 내 대구 관덕정, 허인백(야고보) 등이 순교한 장대벌(울산), 170여 명의 교우들이 맞아 죽은 제주 관덕정 등이 있습니다.
(2)순교자들이 묘소
순교자들이 잠들어 있거나 묻혔던 장소로는 기해 박해 때 앵베르범 주교 등 세 분의 성직자들이 묻혀 있던 삼성산, '황사영 백서'로 유명한 황사영 묘(경기 양주), 남한산성에서 순교한 김성우(金聖禹)등이 묻혀 있는 구산, 초기 교회의 선각자 이벽 등을 이장하여 성역화한 천진암, 1790년, 북경에서 영세하고 한국 최초로 견진 성사를 받은 윤유일(尹有一,바오로)묘(경기 이천), 김대건 신부 등이 묻혔던 미리내, 16기의 무명 순교자의 묘가 있는 배티, 우리 나라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베드로)의 묘소가 있던 반주골(인천 만수동), 최양업 신부의 부친 최경환(崔京煥, 프란치스코)성인이 묻혀 있는 수리산, 해미 순교터에서 순교한 이들이 묻힌 다락골(충남 청양), 숲정이에서 순교한 성 손선지 등과 여산에서 순교한 10분의 무명 순교자가 묻혀 있고 1840년 경부터 신앙 공동체가 형성된 천호(天壺), 유항검의 가족6명을 합장한 치명자산, 박상근(마티아)이 묻힌 마원(馬院), 김영세(베드로)가 묻힌 살티, 정 안토니오 묘, 윤봉문 묘, 박 라우렌시오 묘, 오륜대, 장 마리아 묘 등이 있습니다.
(3)초기 교회의 발상지
초기 교회의 신앙의 요람지로는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인 천진암, 정약용 3형제가 태어났고 정약용의 묘소가 있는 마재, 유방제 신부와 모방 신부 등이 조선어와 풍습을 배우던 구산, 김대건 신부의 조부 김택현이 옮겨오면서 신앙 공동체를 이루게된 골배마실(경기 용인), 옹기와 숯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여 최양업 신부가 12년 동아 선교의 근거지로 삼았던 배티, 150년 이상된 유서 깊은 교우촌들이 있던 갓등이(경기 화성), 김대건 신부가 태어났던 신앙의 못자리라 불리는 솔뫼, 김대건 신부가 페레올 주교를 모시고 입국했던 곳에 세워진 나바위 성당(전북 익산), 1840년경부터 공소가 되어 마을 전체가 교우촌인 천호, 병인 박해때부터 교우촌이 형성된 풍수원, 1791년 신해 교난 이후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어 황사영이 백서를 집필하고 최초의 신학당이 있었으며 최양업 신부의 묘소가 있는 배론, 대구 교구 신앙의 요람지인 신나무골과 한티, 1801년 서울, 경기지방에서 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공동체를 형성한 모래실(경북 청송), 부산 교구의 첫 공소로 알려진 살티(경남 울주) 등이 있습니다.

2. 피정
"예수께서는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셔서 기도를 드리셨다."(루가 5,16)

피정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일상에서 벗어나 주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고요히 머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1) 피정이란 무엇인가?
'피정'은 '피소정념'(避騷靜念) 또는 '피세정수'(避世靜修)라는 한문 표현의 줄임 말로 '자신의 모든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히 은거하면서 자신을 찾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영신(靈神) 생활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자신의 생활을 쇄신하기 위해 피정을 합니다. 즉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모든 업무를 떠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 자기성찰, 기도 등과 같은 수련을 함으로써 멀어졌던 주님께 되돌아가고자 노력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 피정의 목적
피정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올바르게 재정립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뜻으로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일상을 떠나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좀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피정은 대화를 통해 주님과 만나고 속에서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3) 피정에 임하는 자세
첫째, 나의 힘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이루겠다는 유혹을 떨쳐 내야 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을 막는 장애가 될 뿐입니다. 오로지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야 합니다.
둘째, 여러 가지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는 곧 침묵으로 외적인 침묵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마음을 비우는 일입니다. 마음을 비울 때만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셋째, 마음의 초점을 하느님께 맞추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적어도 이 시간만은 자신을 매어 놓는 여러 가지 일들과 걱정으로 벗어나야 합니다.
넷째, 나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나를 부르면서 나의 응답을 기다리지만, 평소에는 자신의 일상에 얽매어 그분의 말씀을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중심의 사고와 일과 걱정에서 벗어나 침묵의 상태에 이르면 그분의 부르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랑 가득한 주님의 부르심에 진실하게 응답해야 하는데, 진실한 응답은 생활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완성됩니다.
이처럼 피정에 임하는 사람들은 고요한 가운데 들려 오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구체적인 삶의 변화로 응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으로 변화되는 것이고,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구성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4) 피정의 형태, 방법, 장소
피정은 단체 피정과 개인 피정으로 나누며, 신분에 따라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피정으로 구분합니다. 피정 방법은 기본적으로 침묵 속에서 기도와 묵상 등으로 이루어지나, 피정 지도자의 '강의' 또는 '만남'과 '대화'등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피정 장소는 성당이나 수도원, 피정의 집 등을 주로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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